직장인 85% “하청노동자 대우 부당”
직장갑질119 설문조사
‘임금·근로조건 격차 정부책임’44%
#. 정보통신(IT) 업계에서 유지보수 업무를 하고 있는 노동자입니다. 도급 계약인데도 대기업 직원들은 본인들에게 거슬리면 계약해지를 해버리며 갑질을 하는데 정작 해당 기업은 직접 계약을 한 것이 아니니 본인들 책임이 없다고 합니다.
#. A회사에서 고용승계 과정을 거쳐 B회사로 옮겼습니다. 그런데 근로계약서를 보면 연봉 및 급여가 삭감됐습니다. 근무시간은 아무 변동이 없는데 급여가 삭감된 것에 대해 문제 제기하자 본인들이 정한 방식을 따르지 않으면 고용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생계가 달려 있으니 일단 받아들였습니다.
직장인 10명 중 8명 이상은 하청노동자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는 설문결과가 나왔다.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일부터 9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다단계 하청 인식’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22일 밝혔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4% ‘하청노동자들이 정당한 처우를 받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원청과 하청 간 임금 및 근로조건 격차가 심각하다’는 응답은 83.9%, ‘원청의 갑질이 심각하다’는 응답도 83.1%에 달했다
불이익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하청노동자 처우 관련 불이익은 ‘임금, 휴가, 명절 선물, 복지시설 이용 등에 대한 차별’이 34.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채용 휴가 징계 해고 등 인사개입’(27.4%), ‘하청노동자 업무수행 직접 지휘 감독, 위험 업무 전가 등 업무지휘 감독’(26.4%), ‘괴롭힘·성희롱’(20.1%), ‘노조활동 개입’(19.9%) 등이 뒤를 이었다.
이런 불이익을 경험·목격한 응답자의 대응 방식으로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는 답변이 49.5%로 가장 많았다.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응답도 24.7%에 달했다. ‘개인 또는 동료들과 항의했다’는 31.9%, ‘회사 또는 노동조합에 신고했다’는 12.7%에 불과했다.
직장인 66.2%는 ‘하청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21.4%는 ‘원청회사가 하청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답했고 ‘문제없다’는 12.4%에 그쳤다.
원청회사에서 하도급 업무를 1차 업체에 하청을 주고 1차 업체가 2차 3차 4차 업체로 다시 하청을 주는 다단계 하청에 대해서는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는 응답이 83.2%에 달했다. ‘원청회사의 성과를 하청회사에 분배해야 한다’는 의견도 79.7%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및 근로조건 격차에 대한 책임을 묻는 질문에서 ‘정부’라고 답한 비율이 43.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재벌·대기업’(26.4%), ‘국회·정치권’(13.4%) 순이었다.
반면 이런 격차가 정규직 노동자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응답은 5.9%, 노동조합 탓이라는 응답은 6.6%에 그쳤다.
직장갑질119는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정부나 일부 언론의 주장과 달리 노동시장 양극화가 잘못된 법과 제도를 만들고 이를 방치하는 정부와 비정규직 사용으로 직접 이득을 보면서 이익을 노동자와 나누지 않는 기업의 이기심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근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우리 사회에서 간접고용 노동자는 일종의 신분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라며 “원하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파견법 위반을 제대로 단속하고 원청에 외부 노동력을 이용하는 과정 및 결과 전반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