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유예’로 기울어지는 민주당…야4당·시민단체 ‘원칙 고수’ 압박

2024-09-23 13:00:01 게재

주가 폭락·사모펀드 감세·선 자본시장 선진화 등에 강한 반박

민주당 지도부 등 ‘주가 폭락 공포감’ 확산에 ‘유예’ 강해져

국민·경제전문가·국책연구기관 조사연구결과는 ‘시행’ 우세

더불어민주당 내부 기류가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쪽으로 빠르게 기울어지고 있는 가운데 야 4당과 시민단체들이 ‘과세원칙 고수’를 강조하며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은 4년째 유예해온 금융투자세 과세를 원칙대로 내년부터 시행하자는 쪽과 주가폭락 등을 우려해 유예하자는 쪽이 나뉘어 있고 찬반 토론을 예고해 놓고 있다.

23일 민주당 지도부의 모 의원은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는 못하지만 유예가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재명 대표도 유예쪽에 대한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고 있고 현재는 찬반의견이 갈리는 만큼 의견을 들어보자는 입장”이라고 했다.

수도권 재선의 모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 지도부는 오래 전부터 ‘유예’쪽으로 가닥을 잡아왔고 지난 이재명 대표 1기 최고위원들도 대부분 유예쪽 의견을 갖고 있었다”면서 “현재도 최고위원 2명이 이미 공개적으로 얘기했고 토론회를 앞두고 유예 의견을 내놓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미 공개의견을 내지 않은 민주당 최고위원, 대변인단, 이 대표 측근 등에서도 ‘유예’ 의견이 포착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 4당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변 복지재정위원회, 참여연대가 ‘원칙 고수’를 요구하며 민주당 압박에 나서 주목된다.

이들은 이날 보도자료와 기자회견문을 통해 “또 다시 거대양당에 의해 금투세 시행이 미뤄지거나 전면 백지화될 수 있다”며 “투명하게 소득이 노출되고 정직하게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 근로소득자, 자영업자와 달리 주식 등에 수억 원을 투자하여 발생한 소득에만 제대로 과세하지 않겠다는 것은 공평과세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금투세 시행이 주식시장을 위축시킨다거나 사모펀드에 대한 감세라는 견해에 대해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금투세 시행보다 자본시장 선진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변명 또한 기망”이라며 “필요하다면 지금이라도 상법 개정 등 입법에 적극 나서면 될 일”이라고도 했다. “근로소득은 철저히 과세하면서 금융소득은 과세하지 않는 이유,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금융과세체계 개선을 반대하는 이유, 2년 연속 세수 펑크가 가시화되고 자산불평등이 심화되는데도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미뤄야하는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지난 8월에 실시한 한국경제학회 회원 설문조사, 지난 8월말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국민여론조사 등을 제시하며 “경제학자 80%가 금투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51%가 금투세 시행이 장기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응답했다”, “금투세 폐지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46%였다”고 했다. “기획재정부의 의뢰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작성한 ‘주식시장 과세제도 개선방안 보고서’에서는 금투세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이 없다고 분석한 바 있다”고도 했다.

이어 “한 차례 유예된 금투세를 또 다시 유예하거나 전면 폐지하겠다는 것은 조세 정책의 원칙과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1% 고자산가에 부과되는 금투세에 ‘민생’, ‘서민’을 거론하며 국민 불안과 우려 부풀리기는 당장 멈추길 바란다”고 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금투세의 시행을 유예하는 것은 두고두고 더불어민주당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금투세의 시행을 아예 대선 이후로 미루자는 주장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당장 정치적 부담을 덜겠다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3년 이상 끌고 가겠다는 매우 무책임한 주장일 뿐 아니라, 그 사이에 벌어질 모든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또다시 금투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민주당에 답을 요구할 것”이라며 “금투세 유예는 정치적으로도, 또 정책적으로도 자살골을 넣는 것”이라고 했다.

신승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공정과세를 위해 당연히 도입되어야 하고 이미 국회에서 합의한 금투세마저 시행하지 못하면서 도대체 어떤 돈으로 부자감세한 재원을 메꾸겠다는 것인지, 어떻게 재원을 마련해서 민생 경제를 회복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정치인들이 당대의 정치적 유불리만 고려하면 국가 재정의 근간을 그르친다는 조세법학자의 조언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금투세 과세원칙을 주장하는 모 의원은 “민주당 의원 내부에서 주가하락에 대한 강한 공포감이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24일 오전 10시30분에 열리는 민주당 금투세 ‘토론배틀’에서는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팀과 유예해야 한다는 팀의 3대3 토론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시행팀은 김영환 김성환 이강일 김남근 임광현 의원이, 유예팀은 김현정 이소영 이연희 박선원 의원과 김병욱 전 의원으로 구성됐다. 토론시간은 1시간 내외로 짜여졌다.

정책디베이트 준비위원장 민병덕 의원은 “금투세의 취지는 대다수의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고 공정한 과세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제도”라면서도 “최근 경제 상황과 주식시장의 불안정성,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을 고려하면 금투세의 즉각적인 시행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 많은 의견이 있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모 의원은 “토론이 끝난 이후에 지도부에서는 이에 대한 입장 정리가 이뤄질 것”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답을 내놔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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