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샤프가 빠진 이노베이션의 함정

2024-09-24 13:00:01 게재

미국 애플이 2025년 이후 아이폰용 패널을 모두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바꾸기로 함으로써 일본제 패널은 아이폰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샤프 등은 스마트폰용 OLED를 생산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폰용 패널은 2015년경만 해도 일본 기업이 70%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한국기업이 7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액정에서 OLED로 기술이 전환하는 과정에서 샤프는 선도기업으로서 새로운 기술로 이행하지 못한 리더기업이 쇠퇴하는 전형적인 ‘이노베이션의 함정’에 빠졌던 것이다.

기존 기술의 강자가 빠지는 함정 피해가지 못한 사프

원래 샤프는 오래전부터 전자계산기 분야에서 액정 기술을 개척해 액정시장의 확대에 주력해 왔다. 이 과정에서 샤프는 소니 파나소닉 등 브라운관 TV의 강자를 능가하는 TV의 강자로 부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성공체험도 있어서 샤프는 ‘액정 다음의 디스플레이도 고도화된 액정’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디스플레이 기술의 중심이 OLED로 이행하는 흐름을 놓쳤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샤프는 2016년에 대만의 홍하이에 의해 매수되고 대만-일본 연합으로 부활을 꿈꾸었지만 쉽지 않았다. 세계적인 제조기업인 홍하이에 의해 샤프가 한때 회생할 움직임도 보였지만 OLED 투자보다 액정 사업에서의 잔존자 이득을 추구하는 전략에 빠져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기존 기술의 강자가 빠지게 되는 이러한 ‘이노베이션의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는 성공체험을 어떤 부분에서는 잊어버리고 아직 미숙한 차세대 기술에 힘을 실어주는 인위적인 경영 판단이 필요하다. 물론 이는 쉬운 일은 아니다. 기존 기업으로서는 신기술이 성공해도 기존 기술의 매출 감소로 회사 전체의 추가적인 매출 확대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신기술 제품이 기존 기술 제품의 매출을 감소시키는 이러한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 문제는 리더기업일수록 큰 부담이 된다.

물론 히타치제작소와 같이 새로운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기업구조를 혁신하여 성공한 사례도 있다. 히타치는 유력 자회사를 잇달아 매각하는 한편 철도 전력 등의 인프라 사업에 루마다(Lumada)라는 솔루션 플랫폼을 활용해 디지털 혁신으로 부가가치를 확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송배전 사업을 비롯해 구미 각국의 인프라 및 소프트웨어 관련 유력기업을 매수해 나갔다. 각국이 탈탄소화와 함께 디지털화된 송전망의 재구축에 향후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할 상황에서 히타치는 상당 기간 송배전 관련 하드웨어와 솔루션 분야에서 큰 이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사의 강점 분야에만 집중해 기술 및 시대의 변화 흐름에서 뒤떨어진 샤프와 구조전환에 성공한 히타치의 사례를 비교하면 디지털화 그린화 등 시대의 변화에 맞게 자사를 혁신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기존 기술을 심화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이를 외부의 새로운 기술 등과 접목해 신제품, 신서비스를 개발하는 노력이 효과적이다.

디지털화 그린화 등 기술 및 시대 변화에 맞게 혁신하는 노력 중요

이노베이션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신기술 투자로 기존 사업을 대체할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새로운 서비스 생태계 등을 구축하면서 매출을 늘리는 노력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자동차의 전기차(EV)화는 차량의 디지털화 자율주행화와 함께 진행되고 있으며, 기존 기업으로서는 EV로의 이행 투자 비용을 로보택시 등 각종 신서비스의 개척을 통해 충당하는 전략이 중요할 것이다. 테슬라는 로보택시 사업을 추진하면서 가정에서 사무실로 출근한 자가용 차량을 자율주행시켜서 로보택시로 활용해 자동차 오너가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는 비즈니스도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차세대 기술에 대한 과감한 도전과 함께 디지털 혁신기술 등을 활용해 기존 기업의 카니발리제이션을 극복하는 신서비스 전략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특임강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