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레바논 공습 일제히 규탄
“네타냐후, 자신 위해 지역 전체 혼란 빠트려” … 이스라엘 “공습 당분간 확대”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공식 X계정에 성명을 내고 “레바논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에 대해 언급하며 “지역 내 폭력 확산의 위험성과 이러한 격화가 지역의 안보와 안정에 미칠 심각한 파급 효과”에 대해 경고했다.
튀르키예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공격이 “지역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노력의 새로운 국면”이라면서 “이스라엘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국가들은 네타냐후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피를 흘리는 것을 돕고 있다”고 비판했다.
레바논에 주둔 중인 유엔 평화유지군(UNIFIL)도 이날 성명에서 “작년 10월 이후 가장 격렬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남부 레바논의 민간인들의 안전에 대해 중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UNIFIL은 “적대 행위가 더 확대되면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지대의 주민들뿐만 아니라 더 넓은 광범위한 지역에 파괴적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간인에 대한 공격은 국제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전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헤즈볼라의 후원자인 이란의 나세르 칸아니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이스라엘의 공습을 “미친 짓”이라며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의 새로운 모험이 위험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에 대해 “야만적인 침공이자 전쟁범죄”라고 비난하며 헤즈볼라와 레바논 국민에 연대를 표명했다.
이스라엘군의 융단폭격으로 이날 하루 동안 어린이 35명과 여성 58명을 포함해 최소 492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레바논 보건부는 밝혔다. 부상자는 최소 1654명으로 집계됐다.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지난해 10월부터 최근 무선호출기 폭발 사건 발생 전까지 이스라엘 공격에 따른 레바논 측 사망자는 민간인 100여명을 포함해 600명 정도였다. 지난 11개월간 사망자 수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이날 하루에 나온 셈이다.
이같은 인명피해는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날 하루 동안 650차례의 공습으로 레바논 각지에서 헤즈볼라 목표물 1300여곳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의 군사시설 등을 공격했다고 주장했지만 레바논에서는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했다.
피라스아비아드 레바논 보건부 장관은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공격받은 지역에서 수천 명이 피란을 떠났다”라며 지난 17일 헤즈볼라의 무전호출기(삐삐) 폭발 사건 이후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레바논에서 약 5000명이 다쳤다”고 강조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동부와 남부의 병원에 부상자 치료에 대비해 비필수 수술을 중단할 것을 명령했고, 교육부는 국경 지대는 물론 수도 베이루트 남부 외곽 지역에 오는 24일까지 이틀간 휴교령을 내렸다.
전례를 찾기 힘든 규모의 민간인 사상자가 나왔음에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안보 내각회의에서 “(레바논과 인접한) 북부에서 힘의 균형, 안보의 균형을 바꾸겠다고 약속한다”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수행하고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는 이날 별도의 녹음된 메시지에서 레바논 시민들을 향해 “대피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길 바란다”면서 “지금 당장 위험 지역에서 벗어나라. 일단 우리 (공격)작전이 완료되면, 여러분은 그 때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앞서 브리핑에서 “레바논 전역에 뿌리박힌 테러 목표물들을 광범위하고 정밀하게 타격할 것”이라며 “이번 공습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이스라엘 지상군이 국경을 넘어 레바논에서 작전을 수행할 가능성을 묻는 말에 “이스라엘 북부의 안보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스라엘의 거센 공세에 헤즈볼라도 반격을 가했다.
헤즈볼라는 성명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대한 대응으로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 인근의 방산업체 라파엘을 비롯한 3곳에 로켓포를 발사했다”고 밝혔지만, 외신들은 이스라엘의 구체적 피해 상황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