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집권전략 가동 …'내부단속·중도확장'
사법리스크 ‘비판·견제 세력’에 강한 대응
'금투세 유예' 등 표심 자극 않는 행보 나서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대선 전까지는 표심을 자극해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게 할 만한 정책엔 손을 대지 말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금융투자소득세가 그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사법리스크의 현실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비판이나 견제세력에 대한 대응 강도도 강해졌다. 민주당이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을 준비하는 로드맵에 이미 들어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24일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의 측근 인사인 모 의원은 “일부 의원들이 왜 금투세 같은 것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다”며 “1400만명의 주식투자자들이 불안해하는데, 아무리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얘기해도 믿지 않는데 그걸 굳이 내년에 실시하려고 드냐”고 했다. “이재명 대표의 대선 가도에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도 했다. 민주당은 이날 금투세 내년 시행과 유예를 두고 공개토론회를 가진 후 당론으로 가닥을 잡을 예정이다. “부동산 투자로 계층을 올라서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식 투자로 부를 축적하려는 사람들의 기대와 바람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의 판단 중심엔 ‘선거’와 ‘표심’이 자리잡고 있다. 10.16 재보궐선거에 이어 지방선거, 대선으로 이어지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그동안 유지해왔던 원칙이나 정체성을 고집하거나 매달리기보다 표심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포퓰리즘적 시각이 적지 않다. 비명계 모 중진의원은 “민주당이 지켜왔던 것을 고수하는 게 ‘선’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왔는데 이제는 달라져야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라며 “이념 전쟁 등이 옅어진 상황에서 여론의 흐름과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시기로 전환됐다”고 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의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기간을 중도층 확보를 위한 시간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집을 가지고 있거나 갖기를 기대하는 유권자, 상속을 해주거나 받을 유권자들의 어려움을 고려한 상속세, 종합부동산세 부담 축소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이 대표의 ‘실용주의’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사법리스크 등으로 ‘어대명’(어차피 대통령후보는 이재명)을 위협하는 당 안팎의 세력에 대한 강력한 대응도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친명’인사인 김민석 최고위원이 이낙연 전 대표를, 정청래 의원이 조국 대표를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은 그 출발점이다.
호남 재보궐선거에 도전장을 내며 이재명 리더십을 위협하는 조국혁신당에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전남 영광군수 선거 여론조사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후보 지지율이 박빙으로 나온 데다 조국혁신당이 사실상 ‘당운’을 걸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어 이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 역시 긴장하고 있다. 호남에서 치러지는 두 개의 선거에서 한 개라도 잃게 되면 ‘사실상 패배’로 읽히면서 이 대표 리더십에 흠집이 날 수 있다는 데에 민주당은 주목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 ‘우당’이라며 애써 선의의 경쟁을 독려하는 데도 민주당이 다소 깎아내리면서 표심을 호소하는 데 주력하는 이유다.
황명선 재보선지원단장은 조국혁신당에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는 조국혁신당이 지난 총선 당시 국민께 반복해 약속했던 구호였다”며 “기수를 거꾸로 돌리려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고 했다. 이에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이 호남에 그동안 무엇을 해줬냐”고 따져 물었다. 11월로 예고된 선거법 혐의에 대한 1심 선고와 재보궐선거 결과가 최악으로 조합할 경우엔 이 대표의 지위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