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된 독대…여권 지도부 회동, 밥만 먹고 끝날 판
용산, 한 대표 독대 요청 거절 … 만찬만 예정
의정 갈등·김 여사·특검법 등 현안 뒷전될 듯
여권 투톱 갈등으로 국정 난맥상 가중될 우려
의정 갈등과 김건희 여사 논란, 쌍특검법 등 국정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여권 지도부가 어렵사리 만나지만, 자칫 ‘밥’만 먹고 헤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권 투톱(윤석열 대통령·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이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독대가 무산되고, 30여명이 한꺼번에 참석하는 만찬만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여권 투톱의 갈등으로 인해 국정 난맥상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다.
24일 윤 대통령을 비롯한 대통령실 참모들과 한 대표·추경호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만찬을 갖는다. 여당은 만찬 전에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를 통해 현안을 논의하자는 요청을 했지만 대통령실은 23일 거절 뜻을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내일은 신임 지도부를 격려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와 현안을 논의하는 모임이 아니라, 여당 지도부에게 덕담해주는 자리라는 것이다.
결국 만찬은 말 그대로 밥만 먹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민의힘 당직자는 24일 “어렵게 성사된 만남이라 긴급한 현안을 논의하기를 바랐는데, (대통령실에서) 독대를 거부하니 밥만 먹고 와야할 것 같다. 종료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밥만 먹으면 금세 끝나지 않겠냐”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가 무산된 건 양측 사이에 자리 잡은 강한 불신이 작용한 탓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한동훈 비대위’ 시절부터 불신을 감추지 않았다.
한 대표가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 발언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 추진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반대 △의대 증원 재논의 등을 내걸 때마다 불쾌감을 내비쳤다.
당초 8월 30일로 예정됐던 만찬도 한 대표가 “2026년 의대 증원을 유예하자”는 주장을 내놓자, 대통령실이 일방적으로 연기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24일 예정된 만찬을 앞두고 한 대표측이 독대를 요청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한 대표측이 예의에 어긋난 언론 플레이를 했다’며 불쾌해하는 표정이다. 대통령실의 한 참모는 “문제는 신뢰 아니겠냐. 만약 독대를 했는데 (한 대표가) 나중에 언론에 대고 무슨 말을 할 줄 알고…”라며 한 대표를 겨냥한 불신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가 무산되면서 국정 돌파구 마련도 어려워졌다는 우려다.
한국갤럽 조사(10~12일, 전화면접,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20%, 국민의힘 지지율은 28%를 기록했다. 양쪽 모두 윤석열정부 들어 최저치다. 심각한 위기로 해석된다. 따라서 여권 투톱이 머리를 맞대고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불신 탓으로 머리를 맞댈 기회조차 무산되면서 돌파구 모색이 불발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친한(한동훈) 의원은 24일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자꾸 피한다고 풀릴 문제가 아닌데 정말 답답하다. 이러다가 상황이 더 악화되면 여권이 공멸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철수 의원은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독대를) 요청했다고 알려지는 것 자체도 정상적인 과정은 아니고 또 거절당했다는 것도 정상적인 과정은 아니다”라면서도 만찬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았다. 안 의원은 “어렵게 만난 만큼 당에서는 민심을 제대로 전하고 거기에 대해서 또 진정 어린 반응들이 정부측에서 나온다면, 대통령께서 말씀을 하신다면, 국민들께서 이제야말로 국정 기조가 바뀌겠구나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