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고령자 노동과 임금

2024-09-25 13:00:01 게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급속한 고령화로 큰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해결책으로 65세 정년연장이 제기되고 있다. 2013년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정년을 60세로 법제화했다. 사업주는 이 법에 따라 소위 연공임금을 개편해 정년연장자에 대한 임금수준을 낮추려고 했고, 노조는 그것에 반대해 노사 간 대립이 첨예화했다.

임금수준 저하(이른바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뿐만 아니라 정년유지에도 사용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는데 2022년 5월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을 이유로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위반에 해당돼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로 정당성이 부정됐다.

고용연장에 대한 노사간 대립 첨예화

우리나라의 임금피크제는 ‘일본에도 실시되고 있다’는 오해로 도입된 측면이 있다. 일본에서는 임금피크제라는 용어도 없고 그런 제도도 없다. 특정 연령층 (50대 중반)에서 임금이 피크에 달하고 그 이후 감소하는 것을 우리나라에서 표현한 용어에 불과하고 그것의 도입을 확대 촉진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금이 실시되면서 하나의 제도로 정착, 확대된 측면이 있다.

일본에서 노동자의 임금이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피크에 달하고 그 이후 임금이 감소하는 임금 커브는 개별기업의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년연장을 하면서 나타났는데 기업마다 각기 다르다. 제도가 아니고 개별 기업의 대응 합산의 결과다. 기업 업적이 좋고 정년연장 대상자가 적은 기업의 경우 계속 올라가는 임금커브를 정년연장 때문에 낮추지 않았고, 기업 업적이 좋지 않은 기업의 경우 정년 연장자의 임금수준을 더 이상 올리지 않거나 낮췄다.

임금저하는 대상 노동자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법으로 강제하기도 힘들고 2013년 법 개정처럼 유사적인 강제를 한다고 해도 그것이 개별 기업에서 도입되어 사회적으로 일반화하기 어렵다. 개별 기업의 노사가 자율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본은 1998년 60세 정년이 의무화됐는데, 그때 이미 90% 이상의 기업에서 60세 이상 정년제를 실시하고 있었다. 의무화는 나머지 10%의 기업에게 강제하는 조치였다. 개별 기업의 노사가 60세 정년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60세 정년 연장이 노사 모두에게 공감할 수 있는 형태로 임금제도를 개편했는데 그것의 합산이 50대 후반 임금이 낮아지는 임금커브였다.

법제화는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만능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60세 정년제 도입 및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법적 조치는 필요했지만 노사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었다. 대부분의 기업이 60세 정년제를 도입하지 않았는데 강제했고, 그에 따른 임금피크제의 도입도 필요하다는 반강제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기업 업적이 좋거나 업적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공적부문에서는 임금피크제에 대한 수용성이 낮아서 노사갈등을 유발했다. 노사의 자율성이 발휘될 수 있는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60세 정년제를 의무화했는데 과연 몇 %의 노동자가 정년퇴직을 하고 있는가. 2024년 8월 17일 국회예산처의 ‘주된 일자리 고용연장 정책의 성과와 과제’(한국노동연구원 이승호 연구위원 기고)에 따르면 14.5%에 불과하다. 법제화가 만능은 아님을 나타내주는 수치다.

65세 정년 연장, 법제화 필요하나 노사간 자율적 공감 선행돼야

65세 정년 연장 법제화는 필요하지만 그것이 만능이 아님을 60세 정년 법제화가 잘 보여준다. 이미 법제화되어 있는 60세 정년제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분석하여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하고, 개별 기업의 노사도 법제화만 바라지 말고 자율적으로 고령자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공감을 높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일본의 사례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오학수 일본 노동정책연수기구 특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