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밸류업 지수 종목 발표…30일부터 실시간 지수 공개
11월 중 지수선물 및 ETF 상장 예정 … 유동성 유입 기대
증권가, 밸류업 정책 방향과 다른 단순 종목 선정 아쉬워
국내외 투자자들의 한국 증시 이탈이 확대되는 가운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기 위한 한국거래소의 코리아 밸류업 지수 100개 종목이 드디어 발표됐다. 실시간 밸류업 지수는 이달 30일부터 공개될 예정이다. 11월 중 지수 선물과 관련한 상장지수펀드(ETF) 등 관련 상품 출시로 유동성 유입이 기대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밸류업 정책 방향과 다른 단순한 선정 방식 등으로 인해 정책 수혜가 예상되던 종목이 대거 탈락한 점 등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도 나왔다.
◆고른 업종 분포 … 업종별 상대평가 = 25일 금융투자업계는 전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지수’의 특징으로 고른 업종 분포와 업종별 상대평가를 꼽았다. 실제 코리아 밸류업 지수 총 100개 종목의 비중을 보면 정보기술(24%), 산업재(20%), 헬스케어(12%) 등 전체 산업군에 걸쳐 고른 업종 분포로 구성됐다. 또한 최대 15% 비중 상한을 두고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같은 초대형주로의 편중도 완화했다. 지수 편입 기준 중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 심사 과정에 산업군별로 상대평가를 사용해 지수 구성과정이 특정 업종을 소외하지 않게 고안한 것이다.
강기훈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지수 구성의 균형성이 특정 시장과 업종에 쏠려 있던 밸류업 매수세를 여타 업종으로 확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또한 특례 편입과 질적 요건(가치성장 기대주 편입 요건)에 의한 중형주 편입 가능성도 있어 향후 시총 측면의 균형성도 강화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일환으로 기업가치 우수기업에 대한 시장평가 및 투자유도를 위해 개발했다. 시가총액, 거래대금 등 규모 요건 이외에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평가, 자본효율성 등 다양한 질적 요건을 충족하는 대표기업들로 구성했다. 구성종목은 100종목이며, 정기변경은 매년 6월 선물만기일 다음 거래일 연 1회다. 가중방식은 유동시가총액 가중방식이고, 개별종목의 지수 내 비중 상한은 15%로 제한된다.
거래소는 향후 지수 상품화 및 투자 활성화, 지수 편입 동기부여 등을 통해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지원할 계획이다.
◆밸류업 공시 따라 금융주 희비 엇갈려 = 처음으로 선정된 100개 종목 중 시총 상위 10위권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기아, 셀트리온, 신한지주 등이다. 정보기술과 산업재가 각각 24개, 20개로 비중이 컸고, 금융 부동산은 금융 대장주 KB금융이 빠지는 등 10개 종목에 그쳤다. 금융주는 종목마다 희비가 엇갈렸다. 특히 은행주는 밸류업 공시 여부에 따른 인센티브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는 밸류업 조기 공시기업 특례 편입, 산업군별 PBR 상대평가 적용 등을 통해 기업가치 우수기업뿐만 아니라 향후 가치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도 적극 편입하도록 지수를 설계했다.
앞으로 밸류업 공시를 하지 않으면 삼성전자라 할지라도 지수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부연 경영지원본부장보는 이날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밸류업 지수 관련 브리핑에서 “2026년부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기업도 밸류업 공시를 하지 않으면 지수에서 빠질 수 있냐”라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 내년부터는 밸류업 공시를 하지 않은 기업은 지수 편입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밸류업 정책 방향과 다른 종목 선정 아쉬워 = 다만 거래소의 이번 종목 선정이 지금까지의 밸류업 정책 방향과 달리 단순한 종목 선정 방식으로 결정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개선이나 주주환원 제고 등에 메리트를 부여하겠다는 정책 방향과 달리, 지수의 종목 선정 로직이 고PBR, 고 ROE로 단순하게 결정됐다”며 “주주환원에 대해서는 규모나 비율이 아닌 시행 여부만으로 평가한 점이 아쉽다”고 꼬집었다.
이로 인해 구조적으로 PBR이나 ROE가 높아지기 어렵지만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에 적극 참여하고 배당수익률도 높은 금융지주, 생명보험, 유틸리티 업종이나 지배구조 개선 가능성이 있어 정책 수혜 업종으로 분류되던 지주회사 등 밸류업 정책 수혜 예상되던 종목이 대거 탈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이다. 주주와의 소통 노력, 지배구조 개선 의지와 같은 정성적 요인도 평가받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문제다.
저 PBR 종목을 제거한 결과 고평가 종목에 대한 투자로 연결되는 한계점도 나타난다. 또 과거 2년간의 ROE가 가장 중요한 종목 선정 요인이 되면서, 최근 업황이 좋아서 ROE가 높아진 기업을 고점에서 지수에 편입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특히 글로벌 경기와 업종 싸이클에 민감한 종목이 많은 한국 증시의 특성상, 과거 2년간 좋았던 종목, 고평가를 받은 종목의 경우 지수 편입 이후 업황과 주가 모두 하락 전환할 가능성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배당주, 가치주, 밸류업 정책 수혜주 실망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밸류업 정책에 대해 시장에서 기대하던 주주환원, 저평가,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요소와 지수 구성 로직이 다소 다른 부분이 있어 단기적으로 배당주, 가치주, 정책 수혜주의 실망 매물이 나타날 수 있고, 지수 편입 여부에 따라 주가 방향이 크게 갈릴 것”이라며 “특히 밸류업 정책에 대해 연초부터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이 높았고 금융, 자동차, 지주, 유틸리티 등의 업종을 매수했는데 이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판단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 또한 지수 출시로 주가 상승보다는 단기적으로 차익실현 매물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지수 발표 시의성도 문제지만 구성 종목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밸류업 수혜주에 있어 편입 기준 충족 여부에 따른 차별적 움직임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밸류업 조기 공시기업 중 미충족 기업을 중심으로 실망 매물 출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는 “일부 종목은 앞서 공시까지 선행하며 밸류업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시총, 수익성, 유동성으로 구성된 최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편입되지 못해 실망감 또한 클 것으로 예상되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