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의혹’ 처리 고민 깊어진 검찰

2024-09-25 13:00:24 게재

최재영 수심위 ‘기소’ 권고 … 검찰과 반대 결론

‘김건희 여사 무혐의’ 부담 … “수사 부족” 지적도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에 대해 기소할 것을 권고하면서 무혐의로 종결될 것으로 보였던 사건 최종 처리 방향이 달라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검찰이 기소와 불기소 가운데 어떤 선택을 하든 논란이 불가피해 검찰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심위는 전날 대검찰청에서 현안위원회를 열어 수사팀과 최 목사·변호인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심의한 뒤 최 목사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것을 권고했다.

15명의 위원 중 ‘공소제기’ 의견이 8명, ‘불기소 처분’ 의견이 7명으로 1표 차이로 결론이 갈렸다.

최 목사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선 14명이 불기소 처분 의견을 냈고, 주거침입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선 각각 만장일치로 불기소 처분을 권고했다.

이날 심의에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최 목사측 법률대리인인 류재율 변호사가 참석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놓고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수사팀은 3시간 가량 프리젠테이션과 질의응답을 하며 최 목사가 건넨 명품가방과 화장품 등은 ‘접견을 위한 수단’이거나 ‘감사의 표현’으로 직무관련성이 없어 처벌이 어렵다는 수사 결과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류 변호사는 추가 증거 영상까지 제시하며 최 목사가 건넨 선물은 ‘김창준 전 미국 하원의원 사후 국립묘지 안장’ 등 구체적인 청탁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류 변호사는 또 검찰이 최 목사를 조사하면서 무혐의 논리를 먼저 설명하고 이에 수긍하는 답변을 유도했다는 주장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수심위원들은 8시간 넘게 심의한 끝에 최 목사측 손을 들어줬다. 수심위는 이날 결론만 공개하고 판단 근거를 밝히지 않았지만 최 목사가 건넨 선물과 윤석열 대통령 직무와의 연관성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청탁금지법 8조 4항은 공직자 등의 배우자가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 등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5항에서는 이같은 수수 금지 금품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날 수심위 결과는 앞서 지난 6일 김 여사에 대한 수심위에서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보고 불기소 권고했던 것과는 상반된다.

당초 이 사건을 수사해 무혐의로 잠정 결론 내렸던 검찰은 김 여사 수심위에서도 청탁금지법 위반과 뇌물수수,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증거인멸 등 6개 혐의 모두에 대해 불기소 권고하자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하고 사건을 마무리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했다.

하지만 같은 사건을 두고 두 번째로 열린 이날 수심위에서 직무관련성을 사실상 인정하는 정반대 취지의 결론을 내리면서 검찰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검찰은 수심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애초 수사 결과대로 김 여사와 최 목사 모두에 대해 불기소 처분할 수 있다. 수심위 결론은 권고적 효력만 있기 때문에 검찰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심위가 검찰과 다른 결론을 내려 검찰 수사에 대한 신뢰가 훼손된데다 그동안 수심위의 기소 권고를 불복하고 불기소 처분을 한 적은 없다는 점에서 검찰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두 수심위의 권고대로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하고 최 목사만 재판에 넘기는 것도 쉬운 선택은 아니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처벌할 규정이 없는 반면 금품 제공자는 처벌할 수 있어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당장 ‘김 여사 봐주기’라는 거센 비판이 예상되는 탓이다. 또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면 윤 대통령의 신고 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에 수사 압력이 커질 수도 있다.

두 사람을 모두 기소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검찰이 기존의 수사 결론을 모두 뒤집어야 하기 때문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번 수심위 결과는 그동안의 검찰 수사가 부족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김 여사와 최 목사에 대한 검찰 처분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앙지검은 “두 차례의 수사심의위원회 결정을 참고하고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증거와 법리에 따라 관련 사건들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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