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이재용 등에 5억원대 손배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피해
문형표 전 장관·홍완선 전 본부장도
국민연금공단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피해를 봤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상대로 5억원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13일 서울중앙지앙법원에 이 회장과 삼성물산 등을 상대로 5억1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손해배상 청구 대상은 삼성물산 법인 외 이 회장,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삼성물산 등 8명이다.
이번 소송은 내년 7월인 소멸시효가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뤄졌으며, 민사합의31부(김상우 부장판사)에 배당됐다. 소송가액은 향후 소송 과정에서 전문가 감정을 통해 피해 금액이 구체적으로 산정되면 커질 수 있다.
공단 관계자는 “복지부 쪽에서도 연내 시효가 완료되기 전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계속 이야기했고, 소송 준비도 해왔다”며 소송 준비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한 2015년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한 대주주였다. 그해 삼성그룹은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주식 3주와 맞바꾸는 합병을 이사회에서 결의했고, 2개월 뒤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가결돼 같은 해 9월 1일 합병했다.
국민연금은 삼성그룹이 삼성물산 가치를 시장에서 보는 것보다 낮게, 제일모직은 높게 평가해 결과적으로 손해를 봤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는 이 합병으로 국민연금이 최대 67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2020년 9월 이 회장은 부당 합병·회계 부정 등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지난 2월 전부 무죄를 선고했고 현재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백강진 부장판사)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항소심은 내년 1월 말 이전 선고를 목표로 집중 심리하고 있다.
한편 이와 별도로 지난 5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메이슨 캐피탈이 삼성의 합병으로 손해를 봤다며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소송에서 우리 정부가 이자 포함 총 230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정부는 판정에 불복해 항소 중이다. 정부가 패소할 경우 세금으로 배상액을 지급할 수 있기 때문에 이 회장 등 관련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