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만 먹고 돌아선 윤 대통령·한동훈…내심 “시간은 내편”
여권 투톱 갈등 진정커녕 ‘블랙홀’로 … 최근 현안 놓고 인식차 커
대통령실 “아직 임기 많이 남아 … 의료개혁 승기 거의 다 잡았다”
여당 “갈수록 상황 심각 … 민심과 접점 큰 당에 주도권 올 수밖에”
“화기애애가 아니라 화기애매했다.”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에 대한 한 참석자의 촌평이다. 대통령실이 서면 브리핑에서 이날 만찬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음을 강조하자 일종의 언어유희로 답한 것이다.
다른 참석자들도 “야외라 그런지 어수선했다” “모두발언이 없어 당쪽에선 말 할 기회가 없었다” 등 그다지 화기애애하지 못했던 만찬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만찬이 당정화합의 장이 되기는커녕 윤 대통령과 한동훈 당대표 사이의 냉기류가 여전하다는 점을 더 적나라하게 드러낸 셈이다.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두 사람이 좀처럼 화해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누구보다도 깊은 인연을 가진 두 사람의 갈등이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블랙홀로 빠지는 듯한 모습을 정치권에선 미스터리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현안에 대한 양측의 인식차가 너무 큰 데다 내심 두 사람 다 ‘시간은 내 편’이라고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의료개혁에 정권의 승부수를 걸고 있는 대통령실에선 올해 의대입시 절차가 마무리되는 등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전공의 반발이 마무리되며 안정 국면이 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른 이슈는 몰라도 최소한 의정갈등 관련해선 시간이 지날수록 대통령실에 유리한 국면이 올 거라는 인식이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한 대표의 의정갈등 중재안 제시 등 각종 행보는 정부가 곧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상황에서 괜한 훼방을 놓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대통령실의 한 인사는 “대통령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았는데 이번 의료개혁 건이 흐지부지 끝난다고 생각해 보라”면서 “이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고, 의료개혁 관련해선 어느 정부도 말을 꺼내지 못하는 의사들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대표측의 생각은 완전히 다르다.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등을 볼 때 더이상의 의정갈등 장기화는 더 크게 정권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본다. 게다가 어디서 어떤 논란이 또 터질지 예상하기도 어려운 김건희 여사 건은 큰 복병이다.
정부와 한배를 탄 여당 입장에서 더이상 윤 대통령이 정치적 ‘악수’를 놓지 않도록 간언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그 방안이 의정갈등 중재일 수도 있고, 김 여사의 사과일 수도 있다.
다만 서두르는 표정은 아니다. 시간이 갈수록 자연스럽게 대통령실보다는 민심과 접점이 큰 당 쪽으로 권력의 추가 기울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친한 인사는 “한 대표는 여당 대표로서 민심을 전달할 의무가 있다”면서 “진심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극적 화해 가능성을 여전히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가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나쁘지 않다”면서 “지금 다소 냉각기일 수 있지만 조만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해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