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윤성주 아주대 전자공학과

2024-09-25 11:26:34 게재

‘왜’ 묻는 슬로 스타터 짬 메모 탐구로 역전!

아슬아슬하게 일반고에 진학했다. 고1 내신도 평균 4~5등급이었다. 학생부종합전형을 본격적으로 준비한 시기는 고2 학년말이었다. 남들은 부족한 성적, 늦은 준비를 우려했지만 윤성주씨의 생각은 달랐다. 좋아하는 분야가 확실해 과목별 성적 편차가 컸던 데다, 원리를 깊고 넓게 파고드는 성향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성적이 상승했으며, 다양한 탐구 활동에 도전하며 심화 학습을 했기에 종합전형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으리라 자신했다. 결국 수시에서 5개 대학의 종합전형에 합격했다. 성주씨의 도전기를 들었다.

윤성주 | 아주대 전자공학과 (충북 청주고)

윤성주 | 아주대 전자공학과 (충북 청주고)

사진 이의종

보다 폭넓은 가능성에 일반고·전자공학 선택

성주씨는 고교 진학 시 갈림길에 섰다. 당시 모교에서 공고 진학을 추천할 만큼 성적이 아슬아슬했다고.

“친구들이 기초 이론부터 파고드는 제 성향에 실무 위주의 고교는 안 맞다며 만류했어요. 당시 진로를 따로 고민하지 않았기에 일단 일반고인 청주고에 지원했죠.”

이때 성적은 중요한 기준이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특히 일반고의 다양한 수업은 자신의 성향을 자세히 파악하고, 진로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는 데 도움이 됐다. 컴퓨터공학에서 전자공학으로 시선을 넓힌 것도 학교 수업 덕분이었다.

“컴퓨터 관련 학과는 중도에 관심 분야가 바뀌면 전공 자체를 바꿔야겠더라고요. 전자공학은 반도체부터 통신까지 분야가 넓고, 컴퓨터와도 다양하게 접목할 수 있더라고요. 목표가 생기니 공부와 학교생활도 더 열심히 했죠. ‘진로 공동체’ 가 되어준 기숙사 생활을 함께한 친구들의 도움도 컸어요. 정보 공유부터 탐구 활동·학습 피드백 주고받기, 팀 프로젝트 등 서로 도우며 개인 활동의 질을 높였어요. 학업 스트레스도 덜었고요. 이 경험이 쌓여 내성적인 성격에도 고3 때 학급 임원을 하며 공동체의 힘을 나누게 됐죠.”

‘짬 메모’ 기반 ‘꼬꼬무’ 탐구로 성적·진로 역량↑

선택 과목은 수학·과학에 집중했다. 수학은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고급수학Ⅰ>, 과학은 <물리학Ⅰ·Ⅱ> <화학Ⅰ·Ⅱ> <지구과학Ⅰ> <융합과학> <생활과 과학> <고급물리학>을 이수했다. 좋아하는 과목을 선택한 만큼 성적도 상승 곡선을 그렸다.

“고1 때 가장 자신 있던 수학조차 4등급이었어요. 돌이켜보니 공부법 때문이더라고요. ‘a에 수렴한다’는 개념에 전 ‘왜?’ ‘b도 수렴될까?’ ‘발산할 때는?’과 같은 꼬리 질문을 던지며 확장해요. 한 문제도 여러 공식을 적용해 풀고, 다른 문제에 적용할 지점은 메모하고요. 기초 학습에 시간이 걸렸지만 심화 학습은 수월했어요. 2학년 1학기부터 수학은 모두 1등급을 받았죠.”

이는 탐구 활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스스로 던진 질문 하나하나가 탐구 주제 후보가 됐다. <수학Ⅱ>에서 미분의 변화율을 배웠을 때 전류, 밀도 등을 그래프나 그림으로 바꿔 표현해 물리량 표현과 수학을 연결해보고, <물리가 쉬워지는 미적분>을 읽고 극한, 변화율, 미분 계수는 물론, 한층 심화된 미분방정식의 기초도 이해했다. 이 과정은 고스란히 보고서에 담겼다. 경험이 쌓이면서 고3 때는 보다 체계적으로 탐구 활동에 나섰다.

“물리에선 양자역학이 흥미로웠고 컴퓨터도 좋아해 둘을 결합한 양자통신에 주목했어요. 고교 과정에서 제대로 파고들긴 어려웠는데, 교과서를 들여다보니 기초 개념과 활용 원리가 곳곳에 있더라고요. 이걸 활용하되 구조를 잘 짜자 싶어 학교에서 나눠준 노트북을 수업마다 지참해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짬 메모(짬날 때 쓴 메모)’하고 자투리 시간에 정리하면서 학습과 탐구, 창·체까지 유기적으로 연결했어요.”

예를 들어 고2 때 <수학Ⅱ>를 심화하며 익힌 미분방정식을 고3 때 <미적분>에서 다시 접하며 <기하>의 내적, 푸리에 급수와 연결했다. 이를 메모해두고, 수업 시간에 푸리에 계수 공식을 유도하며 ‘푸리에 변환은 수렴 신호에만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신호를 다루는 라플라스 변환도 알게 됐다. 물리에서 ‘변환’을 다루는 대표적인 개념이자회로 이론의 핵심으로, 신호의 발산을 상쇄하는 과정을 분석해 도식화했다. 이때 지수함수부터 상수함수, 이상적분 등 배운 수학 개념을 모두 활용하니 수월했다. 이 과정은 두 개의 탐구 보고서로 정리했다. 한편 수학 시간에 개념을 증명·유도하며 알게 된 곁 지식은 <물리학Ⅱ>의 트랜지스터와 전자 이동 원리 탐구·발표, <화학Ⅱ>의 연료전지 전기 분해 실험 및 납축전지·알칼리 축전지 탐구로 이어졌다.

“다양한 탐구 주제가 실은 학년-교과를 넘나들며 심화·확장한 결과물인 셈이죠. 교과 학습에 깊이를 더하면서, 관심 있는 양자통신과 관련된 탐구 내용을 학생부에도 담을 수 있어 좋았어요. 교과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은 동아리나 자율·진로 활동 시간에 탐구했고요. 단순 현상·이슈 조사를 넘어 원리를 증명하고 실생활과 연결해 문제점을 찾아 대안을 제시했죠. 이때 독서로 아이디어와 깊이를 잡았어요. 궁금한 걸 파고드니 공부와 학교생활에 재미도 붙었죠. 구상부터 실행, 보완까지 모두 스스로 계획·실행한 만큼, 면접에서도 수월하게 답했고요.”

슬로 스타터의 선택, 종합전형

고2 학년말, 대입 고민이 커졌다. 성적은 상승세였지만, 1학년 성적, 수학·과학과 다른 과목의 성적 편차가 아쉬웠다. 정답을 빨리 찾아야 하는 수능은 성향에 맞지 않았다. 결국 학생부를 정성 평가하고, 면접도 있는 종합전형 지원을 결심했다. 고3 수시에서 안정 지원이었던 교과전형 한 곳 외에는 건국대 경북대 숭실대 아주대 충남대 등 5개 대학의 전자공학과에 종합전형으로 지원했고, 건국대 외에는 모두 합격했다.

“처음부터 아주대가 1지망이었어요. 공학 계열에서 명성이 높다는 점이 끌렸어요. 면접에서도 제가 했던 활동을 꼼꼼하게 확인해 지원자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느꼈죠.”

대학 생활은 예상 이상으로 바쁘다. 아주대 전자공학과는 1학년부터 전공 수업이 많다고. 학습량과 과제가 상당하지만 좋아하는 수학과 물리를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어 흥미롭다는 전언이다.

“후배들은 일단 학교생활에 최선을 다하길 바라요. 득실보다 후회 여부를 기준으로 삼았으면 합니다. 또 종합전형도 수능처럼 공부하며 파고드세요. 정성 평가를 하는 만큼 대학마다 인재상이 다르고, 평가 요소나 방법에 차이가 커요. 좋은 성적, 충실했던 학교생활에서 내 강점을 파악한 후 대학과 전형을 이해해야 해요. 제 경우 전공(계열) 적합성의 평가 비중이 크고, 수학·물리를 강조하는 대학을 우선했어요. 합격선도 특목·자사고 출신 지원자를 고려해 제 성적과 비교했고요. 대학 입학처 홈페이지에 탑재된 가이드북이나 대학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입학사정관과 희망 학과 선배의 생생한 조언을 얻고, 과목 선택이나 탐구 활동, 창·체에 반영하면 더 준비된 상태로 입시를 치를 수 있어요. 내 아이디어이기에 좋은 결과물을 얻기도, 면접을 준비하기도 쉽고요. 무엇보다 쉽게 포기하지 마세요. 내 실수나 좌절을 과정으로 인정해줄 전형이 있어요. 최선을 다하다 보면 길이 보일 겁니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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