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개원 넉 달 동안 여야 합의입법 ‘두 번 뿐’

2024-09-26 13:00:10 게재

본회의 2회에 100여개 통과 예정 … 법률 처리율 2%대

‘입법독주→거부권→재의결 부결→재발의’ 악순환도

세종에 법원까지 설치 … 육아휴직기간 2년→3년으로

여야가 한 달 만에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70여개의 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이에 따라 22대 국회를 연 이후 넉 달 동안 본회의에서 합의 법안을 처리한 게 두 번에 그치는 셈이다. 그 사이 여야 의원들은 4000개 가까운 법안을 쏟아냈다. 법안 처리율이 3%에도 미치지 못했다.

야당 주도의 입법 독주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방송 4법 등 6개 법안에 대한 재의결도 시도될 전망이다. 힘겨루기에 의한 ‘도돌이표 입법’이 22대 국회에서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여당 운영위원, 법안상정에 항의하며 퇴장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배준영 간사를 비롯한 여당 의원들이 야당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상정했다고 항의한 뒤 퇴장하고 있다. 이날 운영위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발의한 ‘대통령의 재의요구 권한 행사에 관한 특별법안’, ‘김홍일 방지법’(국회법 개정안) 등을 상정하고 국회운영개선소위에 회부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26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는 70여개 법안들이 처리될 예정이다. 개원 이전부터 강하게 대립해 온 여야가 22대 국회 들어 본회의에서 법안을 합의 처리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한 달 정도 전인 지난 달 28일에 22대 국회 개원이후 처음으로 여야 합의법안 28건을 처리한 바 있다.

여야의 대립구도가 점점 강해지면서 입법 심사와 처리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까지 여야 의원들은 3973개의 법안을 제출했고 이 중 112개를 처리했다. 처리율은 2.8%에 지나지 않다. 원안 통과, 수정 통과, 대안반영 폐기 등 법률로 반영된 게 55건, 법률 반영률은 1.4%로 떨어져 있다.

이날 오후 70여개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여야가 합의한 법안은 겨우 100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 4법 등 재의결 예고 = 21대 국회에서 시작한 도돌이표 입법대결 국면도 이어질 전망이다. 야당 주도로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됐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로 다시 국회로 돌아온 법안들에 대한 재의결이 이날 시도될 예정이다. 지난 8월 초에 통과한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이 본회의에 다시 올라온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재의결에서 가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아직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의 표 단속이 강하게 작동하는 만큼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야당 주도 입법→대통령 거부권→재의결 부결 및 폐기→야당 주도 재발의’의 쳇바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지난 7월 25일에는 민주당 주도로 통과시킨 채상병 특검법이 재의결에 부쳐져 부결된 바 있고 이 법안은 재발의됐다.

현재 대통령실로 넘어가 있는 김건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 역시 조만간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결 요구와 함께 국회로 되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 3개 법안도 돌아오는 대로 재의결 절차를 밟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근 김건희 여사에 명품백을 넘긴 최재영 목사의 행태가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수사심의위원회의 의견이 나왔지만 검찰이 기소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재의결 과정에서 국민의힘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에 민주당은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부결, 폐기 경로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디지털 성범죄 ‘신분 비공개 수사’ 가능 = 이날 통과 예정된 70여개 법안에는 많은 민생 법안이 포함돼 있다.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성폭력처벌법) 개정안에는 딥페이크 성 착취물인지 알면서도 소지하거나 시청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이용해 피해자를 협박, 강요한 경우 법정형을 성폭력처벌법보다 높이고 경찰이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을 발견한 경우 지체 없이 방심위에 삭제·접속차단 요청을 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디지털 성범죄에 긴급한 수사가 필요할 경우, 경찰관이 상급 부서 등의 사전승인 없이 ‘긴급 신분 비공개 수사’를 할 수 있다는 내용 역시 포함됐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법’ 개정안은 육아휴직 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배우자 출산휴가를 10일에서 20일로 늘리는 내용이다. 또 육아휴직 사용기간 분할을 2회에서 3회로 확대하고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대상 자녀 연령을 현행 8세에서 12세로 확대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세종지방법원·검찰청 건립과 함께 가정법원 관할도 대전시에서 세종시로 옮기는 세종지방법원 설치법안도 이날 처리될 예정이다. 시행일은 세종의사당 이전 시점과 비슷하게 맞물린 2031년 3월 1일로 잡혔다. 국회세종의사당, 대통령 제2집무실에 이어 세종지방법원 설치까지 이뤄지면 입법·사법·행정 3부를 갖춘 ‘행정수도 세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가 중위소득 150% 이하인 한부모가족에게 양육비를 선지급한 뒤 비양육자로부터 나중에 받아내는 양육비이행법 개정안, 법조 일원화(법조 경력자 중에서 법관을 선발) 제도를 일부 완화하기 위해 판사 임용을 위한 법조 경력 요건을 기존 ‘10년이상’에서 ‘5년이상’으로 낮춰 잡은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이날 처리될 예정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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