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언제까지…한발도 못 나간 여야의정협의체

2024-09-26 13:00:18 게재

정부 입장 불변, 윤-한 맹탕 만남에 논의 동력 상실 우려

국민의힘 “의료 단체 내부 조율중 … 이번주 안에 윤곽”

민주당, 여권 비판 넘어 ‘제1야당 역할’ 강화 목소리도

의정갈등 해법 창구로 기대를 모았던 여야의정협의체(협의체) 구상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실질적 논의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부가 기존 입장을 반복하고 계기가 될 것으로 봤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만남이 맹탕으로 끝나면서다. 국민의힘이 의료단체 일부와 협의를 거쳐 이번주 협의체 윤곽을 정한다는 방침인데 야당과의 시각차가 뚜렷해 진전을 보일지 미지수다. 지난 2일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을 계기로 협의체 구성 논의가 시작됐지만 한 달째가 되도록 같은 자리를 맴도는 양상이다.

협의체 구성 논의 공전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이번주 안에 윤곽을 정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26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의료계에서도 들어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꽤 있고 일부 단체들도 있지만 내부에 여러 가지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의료계에 충분한 시간을 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일단 이번주까지는 (협의체 참여 등에 대한) 가부를 알려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 2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제안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공감을 표하면서 공식화된 협의체 구성 논의를 달이 바뀌도록 진전을 보지 못한다는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 안에서는 야당을, 야당은 정부를 빼고서라도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 나오면서 당초 취지가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협의체에 대한 마지막 기대를 놓지 않고 있지만 실제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정부와 여당간의 인식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빈손 만찬 안 됩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료대란대책특위 위원장과 위원들이 2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만찬에서 의료대란을 해결할 수 있는 작은 실마리라도 만들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 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24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이 맹탕 만남으로 평가 받으면서 더욱 표면화됐다. 친한계에서는 당초 한 대표의 협의체 구성 제안이 대통령실과의 협의를 거쳐 나온 것인데 이에 대한 추가적 논의를 전혀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가 요구한 2025년 의대 정원 유예나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 등을 수용할 뜻이 없는 상황에서 진전을 보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2025년 (의대정원) 프로세스가 진행이 됐기 때문에 2026년부터는 다시 한번 논의해보자. 의료계가 들어오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라면서 “수시모집을 다 끝낸 상황에서 이미 결정이 됐다”고 말했다. 야당을 뺀 협의체 제안이 오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놨다.

한 대표가 요구한 안에 대한 수용 거부는 물론 반쪽 협의체 검토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여당 안에서도 실효성 있는 협의체 가동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6일 오전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의료계를 정부와 우리 국민의힘이 접촉을 하고 있는데 의료단체 내부의 이해관계가 계속 상반되는 그런 상태라서 쉽게 결론 내리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과의 협의와 관련해선 “야당은 대표적인 의료단체가 참여하면 자기도 참여하겠다는 것인데 야당도 여야의정을 제안했지만 적극적인 거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야당은 정부여당의 불협화음을 지목하며 갈등 해결의 의지를 비판했다.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는 25일 입장문을 내고 “의료계 위기가 심화되고 국민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시점에서 그저 밥만 먹었다는 사실은 실로 충격적”이라며 “국민의 기대는 절망을 넘어 분노로 바뀌었다. 곧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또 한동훈 대표를 겨냥해 “국민의 절박한 목소리보다 검찰 선배의 말이 더 무서운 건가. 독대 자리가 아니면 말도 못 꺼내는 여당 대표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대한의사협회 등과 만나 대책을 논의하면서 정부를 뺀 협의체 출범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여당의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안으로 협의체 구성 자체가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이재명 대표가 의료계와 만나고, 의료대란특위가 전공의나 보건의료단체와의 협의를 강화하며 의정갈등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다.민주당 원내지도부도 26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도 의정갈등 장기화가 ‘윤석열 대통령의 고집’ 때문이라면서 “민주당이 바로잡겠다”고 했다.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을 강화하고 있지만 ‘어떻게’에는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의정갈등 해소를 위한 여야의정협의체 무산 가능성이 크다는 반증이다.

이명환 김형선 박소원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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