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디지털시대 고용노동분쟁 해법 모색
노동위 설립 70년 기념
첫 국제 컨퍼런스 열려
디지털화에 맞춰 양상이 복잡·다양해진 고용노동분쟁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한국과 미국 일본의 노동위원회(노동위) 수장들이 머리를 맞댔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올해 설립 70주년을 맞아 2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디지털 시대의 고용노동분쟁과 한미일의 대응’을 주제로 국제 컨퍼런스를 열었다.
이번 컨퍼런스는 우리나라 노동위 설립의 모형이 된 미국·일본 노동위 수장들과 함께한 최초의 국제회의다.
기조발제에서 제니퍼 아브루조 미국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 사무총장은 ‘인공지능 및 알고리즘에 기반한 고용주의 근로자에 대한 감시 및 관리 강화와 이에 대한 NLRB의 대응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임기 5년의 위원 5명으로 구성된 NLRB는 1935년 제정된 연방노동관계법에 의해 독립적 연방기관으로 설립돼 부당노동행위 등 집단노동분쟁 해결을 담당한다.
아브루조 사무총장은 “고용주가 미국 전국노동관계법 제7조(노동조합의 구성 등과 관련한 근로자의 권리)에 의해 보호된 활동을 제한하는 새로운 감시 기술을 도입하거나, 기존 기술을 사용한 직원 감시가 우려된다”면서 기술 감시 및 관리와 관련한 새로운 보호 프레임워크(보호체제)를 제안했다.
이와무라 마사히코 일본 중노위 위원장은 ‘재택근무(원격근무) 활성화, 프리랜서·플랫폼 노동 확대에 대응한 일본의 법·제도 제·개정 현황과 향후 일본 중노위의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공익·근로자·사용자위원 각 15명으로 구성된 일본 중노위는 1946년에 설립된 독립 행정기관으로 부당노동행위 조사 및 심판, 노동분쟁의 조정 및 중재 등을 담당한다. 중노위와 47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노동위로 구성돼 있다.
이와무라 위원장은 “디지털화에 따라 재택근무(원격근무) 보급이 활성화되고 고용에 의존하지 않는 근무형태(프리랜서, 플랫폼 종사자 등)의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근무방식 다양화에 따른 새로운 노사분쟁에 대한 대응, 노동위 업무운영에 정보통신(IT) 기술 활용, 노사 간 커뮤니케이션 촉진 등을 해결과제로 제시했다.
김태기 중노위 위원장은 지난 70년간 우리 노동위의 발전과정을 짚어보고 디지털 시대에서 분쟁해결을 넘어 신뢰사회 구축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노동위의 다각적인 혁신과 성과에 대해 발표했다.
한국 노동위는 1954년 설립된 준사법적 행정기관으로 부당노동행위 사건, 노동쟁의 조정, 부당해고 등 심판사건, 차별적 처우 및 고용상 성차별 시정사건 등을 담당한다. 중노위와 12개 지노위(제주 제외)가 있으며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으로 구성돼 운영된다.
김 위원장은 “우리 노동위는 70년 전 미국과 일본의 영향을 받아 설계됐지만 노·사·공 3자로 구성돼 집단적 노사분쟁은 물론 개별 고용분쟁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분쟁해결기구로 기능이 확대되는 등 독자적 모형으로 발전하고 있다”면서 “디지털화 등 변화된 고용노동환경에서 새로운 유형의 사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화해 등 ‘대안적 분쟁해결 제도’(ADR) 활성화, AI 디지털 노동위 구축, 노동환경 변화에 대응한 효과적 분쟁해결 제도 도입을 위한 노동위 법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진 분야별 전문가 주제발제에서 이 정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디지털 시대, 고용형태 및 근무방식의 변화에 따라 노동법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으므로 이에 대응해 자율적 분쟁해결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면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디지털 시대 고용노동분쟁의 특징을 고려하면 ADR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궁준 한국노동연구원 국제협력실장은 ‘인공지능·알고리즘 기반 근로자 관리에 대한 미국의 노동 규율 및 분쟁해결의 대응’과 ‘일본의 프리랜서보호법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에 대해 발표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