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플랫폼 도입, 고향사랑기부 쉬워진다
행안부, 17개 기업과 협의체 구성
네이버·당근마켓·농협·토스 등 참여
이르면 12월부터 단계적으로 모금
이르면 12월부터 민간플랫폼을 통한 고향사랑기부가 가능해진다. 행정안전부가 공모를 통해 선정한 민간기업 17곳 중 연내 모금이 가능한 곳부터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다. 기부자가 불편을 호소해온 기존 고향사랑e음 대신 쉽게 접근 가능한 민간플랫폼이 도입되면 주춤거리고 있는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행안부는 26일 오후 서울의 한 회의실에서 고향사랑기부서비스 민간 참여기업 17개사와 협의체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사업추진을 위한 첫 회의를 열었다. 행안부는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다음달 11일까지 구체적인 서비스 구현방안을 제출받은 뒤 준비 정도에 따라 개별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고향사랑기부서비스 민간플랫폼 개방에는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를 희망했다.
우선 제도 도입 초기부터 오프라인 모금창구를 운영해온 농협은행을 포함해 국민 기업 신한 하나 등 5개 은행이 사업에 참여한다. 인터넷은행 토스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들 중 일부는 이미 고향사랑기부금 온라인 모금창구 개설을 위한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지난해 광주 동구와 전남 영암군에서 지정기부와 온라인모금을 진행한 경험이 있는 공감만세도 이번 사업에 참여했다.
네이버와 당근마켓도 참여 업체로 지정됐다. 이미 국내 최대 회원을 가진 포털과 전자상거래 업체들이어서 두 기업의 참여는 기부자들의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대형 홈쇼핑 업체들도 관심을 보였다. 우리홈쇼핑과 NS홈쇼핑이 참여 업체로 지정됐는데 전자결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다 농산품을 비롯한 고향사랑기부 답례품 관리·배송 등에서 차별성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LG헬로비전 SK브로드밴드의 참여도 눈길을 끈다. 광범위한 통신망과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만큼 고향사랑기부 접근성에 새로운 변화가 기대된다.
이 밖에도 개인을 위한 정책추천 앱 서비스 기업인 ‘웰로’, 국내 최초 블록체인 기부플랫폼 기업인 ‘체리’, 농촌 체험관광 서비스 플랫폼 기업인 ‘액티부키’ 등이 참여했다. 2022년 농림부의 공공빅데이터 활용 창업경진대회에서 아이디어기획부문 대상을 받은 ‘파스칼랩’도 눈길을 끈다. 이 업체는 당시 경진대회에서 제도 시행을 앞두고 있던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정보를 제공하는 ‘답례품모아’ 서비스 아이디어를 제시한 바 있다.
다양한 민간플랫폼 도입은 제도도입 첫해 제기됐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난해 고향사랑기부제의 가장 큰 문제는 ‘이용 불편’이었다.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이 개발한 고향사랑e음을 단일창구로 이용했는데, 복잡한 절차나 잦은 시스템장애로 인해 기부자들의 접근이 어려웠다. 전국 243개 지자체가 모두 이 창구를 통해 모금을 하다 보니 지역 특성을 전혀 반영할 수 없었다.
답례품 관리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고향사랑e음에서만 답례품을 고를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농협 창구에서 기부한 사람들까지 답례품 선정 때문에 고향사랑e음 회원가입과 답례품 신청 등의 절차를 밟는 불편을 겪었다. 실제 지난해 농협 창구에서 기부한 7만6337명 중 14.8%인 1만1307명이 답례품을 선택하지 않았다.
지정기부도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플랫폼 서비스에 참여하기로 한 기업 중 일부는 지자체 전체를 대상으로 하기보단 자신들과 계약한 일부 지자체들의 모금과 답례품 관리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해당 지자체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지정기부 모금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광주 동구와 전남 영암군이 비슷한 규모의 다른 지자체에 비해 확연하게 많은 모금을 한 것도 공감만세를 통한 지정기부 덕분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행안부가 간섭을 줄이고, 지역정보개발원이 모금에서 손을 떼야 제도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민간플랫폼 제도가 지자체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장하는 방안으로 운영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