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아산시 갈등 깊어진다
충남 1위와 2위 도시 충돌
소각장·고속도로 노선 이견
충남 제1의 도시인 천안시와 제2의 도시인 아산시 갈등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인접한 천안시와 아산시는 그동안 사사건건 부딪혀 왔다.
27일 충남도 등에 따르면 천안시와 아산시가 최근 소각장 신설과 고속도로 노선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보다 못한 충남도가 중재에 나섰지만 해법찾기가 쉽지 않다.
천안시는 2022년 이후 백석동에 위치한 생활폐기물 소각장 1호기의 대체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위해선 인접 지자체인 아산시와 협의를 마쳐야 한다는 점이다.
아산시는 현재 ‘협의체 위원 구성 40%, 기금 배분율 40%’를 요구하고 있다. 천안시에 따르면 소각장 반경 1200m로 설정한 ‘주변영향지역’에는 천안주민 5000여세대, 아산주민 2000여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아산시 관계자는 “소각장으로부터 500m 이내 거주하는 주민은 대부분 아산주민”이라며 “실질적으로 피해를 보는 주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아산시 요구에 천안시는 행정기관 간 협의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천안시 관계자는 “협의체는 법에 근거해 주민들이 구성한 단체”라며 “행정기관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천안시는 만약 올해 말까지 협의가 완료되지 않으면 소각장을 수선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협의가 필요하지 않지만 1호기 가동을 멈춰야 하기 때문에 천안시 입장에선 막대한 처리비용이 들어간다.
천안시와 아산시 갈등이 감정싸움으로 격화되면서 보다 못한 충남도가 중재에 나섰다. 1위와 2위 도시가 싸우고 있는데 충남도가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중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충남도 환경과 관계자는 “도비 투입 등 다양한 혜택을 아산시에 제안했지만 아산시가 결국 거절했다”며 “답답한 상황이지만 10월 중 다시 설득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안~공주간 민자고속도로 건설 사업은 노선 문제가 불거졌다. 천안시와 공주시 사이에 위치한 아산시는 노선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해당 구간엔 이미 천안~논산 고속도로 등이 있지만 상습 정체구간으로 악명이 높다.
아산시가 반대하고 나선 이유는 노선이 신도시를 가로지르고 있어서다. 민간사업자가 대심도터널 방식을 제안하고 나섰지만 이 역시 안전성, 나들목 위치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아산시에 실익은 없고 부정적 요소만 있다는 설명이다.
아산시 도로시설과 관계자는 “우리 시가 민간사업자에 대안노선을 제안했지만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며 “최근 국토부를 찾아 현재 노선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리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충남도 입장에선 이 역시 답답한 상황이다. 충남도 도로철도항공과 관계자는 “아산시 입장도 일부 이해는 되지만 고속도로가 새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4년 8월 현재 주민등록상 천안시 인구는 65만8731명, 아산시는 35만2996명이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