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특검법 재투표에선 ‘여당 이탈표’ 나올까

2024-09-27 13:00:20 게재

26일 방송법·노란봉투법 등 재투표에선 ‘이탈표’ 없어

쌍특검법도 당론 ‘반대’ … 이탈표 나오면 “당정 파국”

김 여사 논란·특검 찬성여론 등 여당 표심에 변수 작용

이변은 없었다. 26일 야권이 주도한 방송 4법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재투표에 부쳐졌지만 전부 부결됐다. 여당에서 이탈표가 나오지 않았다. 조만간 재투표가 이뤄질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채 상병 특검법)도 똑같은 운명을 맞을까. 여당에서는 반대 당론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탈표를 부추기는 변수가 늘어나고 있어 주목된다.

26일 여야는 국회 본회의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방송 4법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노란봉투법에 대한 재투표를 실시했다. 찬성표는 가결에 필요한 200표에 못 미치는 183~189표에 그쳤다. 반면 반대표는 국민의힘 재적의원(108명)과 비슷한 107~113표에 달했다. 이들 법안에 대해 당론으로 반대한 여당의 단일대오가 지켜진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의 시선은 이제 쌍특검법 재투표로 옮겨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쌍특검법에 대해 조만간 거부권을 행사할 게 확실시된다. 대통령실은 지난 23일 쌍특검법을 겨냥해 “반헌법적이고 위법적 법안에 대통령이 재의요구하는 건 의무이자 책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야권은 곧바로 재투표에 부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실과 마찬가지로 쌍특검법에 대해 반대 당론을 유지하고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야권이 쌍특검법을 단독처리하자 “반헌법적인, 무리한 그런 특검법안 등이 민주당의 일방적인 강행 처리로 통과됐기 때문에 저희들은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줄 것을 강력히 건의드린다”고 밝혔다. 쌍특검법에 대한 당론 반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당내에서는 쌍특검법 저지를 윤-한 관계의 마지노선으로 보는 분위기다. 친윤에서는 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사이가 아무리 불편해졌더라도,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탄핵 위기로 내몰 수 있는 쌍특검법만큼은 막아줄 것으로 본다. 한 대표가 임기가 절반 넘게 남은 윤 대통령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친윤 인사는 26일 “만의 하나 친한에서 이탈표가 나와 쌍특검법이 통과된다면 당정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쌍특검법을 ‘묻지마 반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변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여당 의원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검찰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 김 여사와 명품백 제공자인 최재영씨에 대해 불기소 처분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수사심의위는 최씨에 대해 기소 의견을 냈지만 검찰은 김 여사를 의식해 둘 다 불기소할 것이란 예상이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26일 “검찰은 뇌물수수, 주가조작, 공천개입, 학력위조 등 김 여사에 대한 모든 의혹에 면죄부 주기 급급하다”며 “더 이상 검찰의 손에 중요 수사를 맡길 수 없다. 특검만이 답”이라고 주장했다.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이 잇따르는 것도 변수다.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에 이어 최근에는 총선 공천 개입 의혹까지 쏟아지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언제까지 김 여사 문제를 감싸기만 할 거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쌍특검법에 대한 압도적 찬성 여론도 여당 의원들에게는 부담스런 지점이다. 여론조사에서 쌍특검법에 대한 찬성이 반대를 압도한다.

다만 여당내에서는 쌍특검법을 ‘묻지마 반대’하기 어려운 변수가 늘어난 건 맞지만 ‘변곡점’을 넘지는 않았다는 관측이 여전하다. 윤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 넘게 남은 게 여당 의원들을 주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지금 여당 의원들이 쌍특검법을 통과시킨다면 윤석열정권의 붕괴를 여당이 재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국정기조를 쇄신하지 못하면서 스스로 무너진다면, 그때는 여당 의원들도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친한 의원은 “(윤 대통령이) 식물정권을 자초한다면 의원들 입장도 바뀔 수밖에 없다. 특검법도 수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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