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폭되는 김 여사 리스크에 보수층도 ‘난기류’

2024-09-27 13:00:21 게재

‘김건희 특검’ 놓고 보수층 찬성 47% 반대 45% … TK도 등돌려

기존 여론조사선 반대 비율 우세 … “대통령 낮은 지지율이 영향”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보수층에서도 김건희 여사 특검 지지가 높아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이 최저치를 찍는 등 부정여론이 높아지면서 개별 이슈에 대해서도 사실상 저지선이 뚫리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김 여사 리스크가 최근 부쩍 부각되면서 보수층마저 분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김건희 특검법’ 찬성 응답이 65%, 반대가 24%였다.

응답자들을 연령별, 지역별, 지지정당별, 이념성향별로 구분해도 70세 이상과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만 반대가 찬성보다 높게 나타났을 뿐이다. 그 외 층에선 구분이 별 의미가 없을 정도로 찬성 여론이 높았다. 대구·경북(TK) 지역에서도 찬성이 58%로 절반을 넘었다.

눈여겨 볼 부분은 이념성향상 보수라고 응답한 층의 변화다. 이번 조사에서 보수층 중 김건희 특검 찬성은 47%, 반대는 45%로 오차범위 안에서 찬성 응답이 소폭 높았다.

이는 기존의 여론조사와는 사뭇 다른 결과다. 전국지표조사 이전에 김건희 특검법 관련해 여론을 살펴본 최근 여론조사는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4일 공개한 내용이다. 여기서 이념성향상 보수라고 응답한 이들 중 김건희 특검법에 반대하는 비율은 54%로 찬성(38%)보다 훨씬 높았다. 이 조사는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앞선 엠브레인퍼블릭 등의 과거조사를 봐도 보수층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21대 국회 때 김건희 특검법이 이슈가 됐을 때 조사한 결과를 보면 보수층은 당시에도 김건희 특검법 반대 비율이 높았다. 2022년 9월 22일 공개된 전국지표조사에서 보수층 중 김건희 특검법 반대 비율은 56%, 찬성 응답은 39%였다. 이 조사는 당시 9월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됐다.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자료 살피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출범식 및 1차 회의에서 자료 책자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높아지면서 개별 이슈에 대한 저지선도 뚫리고 있다고 봤다.

최병천 정치평론가(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는 27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어느 정도 버텨줄 때에는 김 여사 이슈같은 개별적인 건에 대해선 윤 대통령 손을 들어주려는 심리가 있다”면서 “그러나 최근처럼 윤 대통령 지지가 최저치를 찍는 상황이 돼 버리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도저도 다 싫어지게 되고, 더이상 개별 이슈도 지지해줄 수 없게 돼 버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김 여사 관련 의혹이 기존에 거론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품백 의혹 이외에도 공천개입 논란 등으로 확장되면서 더이상 버티기 어려워졌을 수도 있다. 최근 김 여사 리스크가 증폭되면서 보수층 등 기존 국민의힘 지지층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 지는 꽤 됐다.

추석 때 지역구를 살피고 온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도 27일 통화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분들도 김 여사에 대해선 갸웃하는 분들이 많은 건 사실”이라면서 “우리 지역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그렇다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말했다.

최 정치평론가는 “김 여사 리스크 때문에 보수층이 흔들린다라고 속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자칫하다가는 (보수)진영이 초토화되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안 그래도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보수 진영 간 내부 분열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김 여사 건이 보수 분열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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