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생태사회학 이야기

문어의 지도력과 나무들의 함께 살기 소통망

2024-09-30 13:00:01 게재

먹고 살기 위한 문제는 인간이나 동식물에게나 고민거리다.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택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먹이사냥 성공률을 떨어뜨리는 구성원에게 일 좀 열심히 하라고 딱밤을 때리고, 죽어가는 이웃에게 양분을 나눠주기 위해 지하 소통망을 활용한다. 우리가 알지 못할 뿐 생태계에 살고 있는 다양한 야생 생물들 사이에서 그들만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30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생태학 및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의 논문 ‘다차원적 사회적 영향력이 문어-물고기 사냥 그룹의 지도력과 구성에 따른 성공을 좌우한다’에 따르면, 무척추동물인 문어(Octopus cyanea)는 의외로 뛰어난 지도력의 소유자였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 연구는 문어와 당갈돔이나 농어 등과 같은 여러 어종으로 구성된 사냥 집단을 조사했다. 이들은 살아남기 위한 먹이 활동에서 각각의 역할이 있었고 문어는 주요 결정자 역할을 했다. 해당 구성원들이 움직일 시기 등을 진두지휘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독재적이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문어는 일반적으로 암초를 따라 이동하면서 여러 개의 팔을 사용해 숨어 있는 먹이를 찾는다. 이 문어와 함께 이동하는 물고기들은 다양한 사냥 전략을 가진다. 바닥을 휘저어서 먹이를 찾아 먹거나 조용히 숨어 앉아서 기다리는 식이다. 또한 청색 당갈돔(Parupeneus cyclostomus)이 포함된 집단일 때 먹이 사냥 성공률은 높았다. 하지만 블랙팁 농어(Epinephelus fasciatus)가 구성원일 경우 이동성이나 먹이 탐색 효과가 떨어졌다. 문어는 기여도가 낮은 물고기, 특히 블랙팁 농어에게 주먹을 날리는 등 통제 활동을 보였다.

연구진들은 다이빙 약 120시간을 해서 문어와 물고기 사냥 상호작용을 기록했다. 이 자료들을 3D 지도로 구성한 뒤 각 동물의 움직임을 도표로 표시했다. 이후 풀-앵커(pull-anchor) 분석을 통해 개체 간의 거리 변화 등을 파악하여 움직임을 주도하고 따르는 관계를 이해했다.

물론 문어가 물고기에게 이용당한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물고기가 움직이기 시작하거나 동작을 제재당하는 사건 빈도를 고려하면 문어는 사실상 결정자 역할을 하는 걸로 나타났다.

연구진들은 “이 연구는 문어의 예상하지 못한 사회적 인지적 능력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생태계 내의 유기체들의 지도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다차원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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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회 활동은 해양 생물에게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걸어서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들도 주위 아픈 동료들을 위해 다양한 나눔 활동들을 펼친다. 수잔 사마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산림생태학 교수 연구에 따르면 미송 자작나무 미국삼나무는 균근(균뿌리)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지하통신망을 사용한다. 비닐봉지를 씌운 자작나무와 미송에 각각 방사성탄소-14와 비방사성탄소-13을 주입한 뒤 미송 위로 그물막을 쳐서 광합성을 하지 못하게 했다. 이후 미송에서 방사성탄소-14를 흡수한 사실을 확인했다. 균근을 통해서 나무들끼리 해당 성분을 나눴다. 다른 연구들에서도 나무들끼리 질소 인 물 등을 나누고 포식자와 질병으로부터 지킬 수 있도록 전류와 화학물질을 보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죽은 나무에게 있는 탄소를 균근망으로 살아있는 나무에게 보내 숲이 살아나도록 돕기도 한다.

이처럼 식물이 뿌리에 얽혀있는 곰팡이인 균근을 통해 소통을 한다. 균근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이 연결망을 인터넷 ‘월드와이드웹’에 빗대 ‘우드와이드웹(Wood Wide Web)’이라고 부른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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