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이시바 시대와 지방중시 정책
9월 27일 이시바 시게루씨가 자민당 총재에 선출되면서 10월부터 이시바 총리시대가 열린다. 이시바씨는 지방발전이 일본경제의 기폭제라는 입장을 오래전부터 밝혀왔다. 기업의 지방진출, 지방 고용창출 그리고 관광산업을 지방경제 활성화의 3대 축으로 삼아 인구감소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앞으로 이러한 지방 중시정책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총리에 선출된 이시바 '지방발전이 일본경제 기폭제' 주장
야마나시현(山梨県)은 도쿄에서 서쪽으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지방이다. 후지산을 남쪽에 두어 좋은 자연관광 자원이 있고 포도 자두 복숭아가 전국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한편 수도권에 가까운 탓에 청년층이 진학과 취직 때문에 고향을 떠나고 소자녀 고령화 탓에 정주인구가 2000년 약 89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해서 2018년엔 81만명, 2024년 현재 80만명을 밑돈다.
야마나시현의 초기대응책은 전통적인 방법으로서 ‘산업육성을 통한 지역활성화로 인구 유출을 막는 것’이었다. 야마나시현 남알프스시는 시 재정을 투입해 '남알프스 프로듀스'사를 설립해 2015년 6월에 관광농원을 개업했다. 당시 유행하기 시작한 농원 관광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이었다. 이 농원에서는 농산물 가공 판매와 농원 카페 등을 운영하면서 일자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농원 관광객이 늘어나지 않으면서 개업 초기부터 적자가 쌓이고 불과 3개월 만에 경영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종업원은 해고되고 시는 8억엔을 날렸다.
이러한 공급 중심의 대책이 거듭 실패하자 야마나시현은 수요 측면에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 전환한다. 즉 야마나시현에 관심을 지닌 사람을 중시한 대책을 고안하게 된다. 이에 따라 2017년에 나온 대책이 '야마나시 관계 프로젝트'다. '관계'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지방의 발전과 인구문제 대책에 적용한 것인데, 야마나시현 주민은 아니더라도 이 지역에 경제적 문화적 관심과 귀속 의식이 있는 사람을 '관계인구'로 정의했다. 이 관계인구를 늘리는 것에 중점을 두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었다.
2019~2020년에는 야마나시현의 '관계 프로젝트'는 총무성의 모델사업으로 선정되었는데 사업명은 “REBIRTH 고향 야마나시 프로젝트 – 조금만 가면 바로 거기니까 자주 와요”였다. 고향납세 기부금 제도가 여기에 유용하게 활용되었다. 야나마시현에 기부한 사람들이 지정 프로젝트 현장 견학, 교류회에 참여하는 행사를 반복해 이들을 관계인구로 끌어들였다. 슈퍼푸드로 불리는 퀴노아를 활용한 농업 활성화 코스, 농촌의 원래 경치 보존 코스, 지역특산물인 당근을 전국에 보급하는 코스 등이 진행되었다.
야마나시현 후지요시다시(富士吉田市)는 관계인구 증가의 좋은 사례다. 이 지자체는 고향납세 답례품 기획에 초·중·고교생을 참가시켜 청소년의 관점에서 지역 매력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했다. 향토애를 형성할 뿐 아니라 고교생이 기획·운영하는 관광코스로서 기부자와 시민 3000명이 함께 하는 사진 촬영, 상점가 활성화 프로젝트 등을 위한 크라우드펀딩 사업을 진행하자 도시지역 기부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이 시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인구 4만7000명인 후지요시다시에 2023년 말 기준 관계인구가 누계 94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또한 유출 인구 초과율이 감소하면서 자연감소 인구를 제외한 정주 인구도 증가할 것처럼 보인다.
‘2거점 거주자’ 등 지방 소멸 막기 위한 대책 고무적
현재 일본은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확대되고 노동시간이 줄어들어 지방 이주 등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야마나시현은 '디지털 현민 패스포트'제도를 도입해 야마나시현을 제2의 거주지로 선택한 '2거점 거주자'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에서 변화의 시대에 어울리는 정책을 통해 지방과 생활 관계를 맺는 사람을 늘리는 실험은 현재로선 고무적으로 진행되는 중이다.
일본경제연구센터 특임연구원전 테이쿄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