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공정성 논란 가열
‘김 여사 명품백’ 무혐의 … 이재명·문재인 수사 대비
국정감사 앞두고 벼르는 아권 … 수사형평성 도마에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한 무혐의 처분 수순을 밟으면서 검찰 수사의 공정성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야권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와 대비되고 있어서다. 특히 국정감사를 앞두고 민주당 등 야당은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집중 제기할 예정이어서 검찰 수사의 공정성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조만간 김 여사와 김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 모두 불기소 처분하고 사건을 종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팀은 이미 심우정 검찰총장 보고까지 마친 상태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26일 김 여사가 최 목사로부터 받은 명품가방과 화장품 등은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수사 결과를 심 총장에게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심 총장 역시 큰 이견을 보이지 않아 최종 처분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검찰의 최종 처분이 내려져도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검찰이 김 여사와 최 목사를 모두 무혐의 처분하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기소를 권고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는 첫 사례가 된다.
앞서 김 여사에 대한 수심위는 만장일치로 불기소 권고했지만 최 목사 수심위에서는 8대7로 기소를 권고한 바 있다. 검찰이 수사의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하겠다고 해놓고는 이를 무시하는 셈이 된다.
그렇지 않아도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은 수사과정에서도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이원석 전임 검찰총장이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하자 갑작스레 수사 지휘부를 교체하는 인사가 단행돼 김 여사에 대한 수사를 제동걸기 위한 인사라는 해석이 나왔다. 또 검찰 수사팀이 김 여사를 대면조사하며 검찰총장 보고없이 대통령경호처 소속 보안시설에서 비공개로 진행해 ‘총장패싱’ ‘황제조사’ 등의 비판이 일었다.
최 목사는 검찰 조사에서 검찰이 무혐의 논리를 먼저 설명하고 이에 수긍하는 답변을 유도하는 등 유도신문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법조계에선 죄를 추궁하는 검찰이 피의자의 무죄를 주장하는 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도 논란거리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주가조작 일당에 대한 항소심에서 김 여사와 유사한 역할을 한 ‘전주’ 손 모씨의 방조혐의가 인정돼 유죄가 선고됐으나 검찰은 보름이 지나도록 사건 처리를 미루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사가 본격화되던 2020년 9~10월 김 여사가 시세조종 공범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와 40차례 연락을 주고받는 등 김 여사가 주가조작 공범들과 밀접히 연관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들이 공개되고 있다. 특히 검찰이 수사 초기 이런 정황들을 파악해놓고도 압수수색 등 적극적인 수사를 펼치지 않아 의구심을 키운다.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 등 야권 인사에 대한 수사와 대조적이다. 검찰은 이 대표를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특혜 및 성남FC 불법후원금, 대북송금,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등 혐의로 기소한 데 이어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또 문 전 대통령의 옛 사위 서 모씨의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서도 전방위적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 사건은 이상직 전 국회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임명된 대가로 자신이 설립한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특혜 채용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서씨가 받은 월급과 빌라 임차료 등을 이 전 의원이 문 전 대통령에게 건넨 뇌물로 보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야권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 전정권정치탄압대책위는 지난 27일 대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부정채용이라는 정치공세로 시작된 수사에서 밝혀진 것이 없자 딸, 손자, 전 사위의 어머니 등을 향해 ‘마구잡이 수사’를 자행한다”며 “불법 수사를 즉각 중단하고 수사팀에 대한 감찰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국정감사에서도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철저히 따진다는 방침이다. 야당은 이와 관련 김 여사와 최은순 여사, 이원석 전 검찰총장,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 등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회 법사위 민주당 관계자는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봐주기 수사가 도를 넘었다”며 “검찰의 편파적인 수사를 국감에서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