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경쟁사에 영업비밀 제공 강요한 카카오T 제재
공정위, 카카오모빌리티에 과징금 724억·검찰고발
타다 등에 “우리 앱 이용하려면 정보 제공부터” 압박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모빌리티에 수백억대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덩치가 훨씬 작은 경쟁 가맹택시사업자에게 영업상 비밀을 제공하도록 요구하고 거절할 경우 ‘카카오T’ 호출을 차단하는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다.
공정위는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 4곳에 갑질한 카카오모빌리티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742억원을 부과했다고 2일 밝혔다. 아울러 카카오모빌리티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사업을 시작하면서 4개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우티·타다·반반·마카롱택시)에게 영업상 비밀을 실시간 제공하도록 하는 제휴계약 체결을 요구했다. 거절할 경우 해당 가맹택시 소속 기사가 ‘카카오T’앱의 호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도록 차단했다.
2015년 택시호출앱 시장에 뛰어든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플랫폼을 통해 현재 택시앱 일반호출시장의 92%를 점유하고 있다. 2019년 유료기사 확대를 통해 택시공급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 사업을 개시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블루 가맹기사 모집을 확대하고 경쟁사를 시장에서 배제하기 위해 카카오T 앱에서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 소속 기사에게는 일반호출을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법 위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자사에 유리한 제휴계약을 통해 우회하는 방안을 선택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우선 카카오모빌리티는 4개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에게 소속 기사의 카카오T 일반호출 이용 대가로 수수료를 지불하거나,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의 영업상 비밀인 소속 기사 정보,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의 호출 앱에서 발생하는 택시 운행정보를 실시간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제휴계약 체결을 요구했다.
응하지 않을 경우 해당 가맹 소속 기사는 카카오T 일반호출을 차단할 것이라고 경쟁사를 압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이런 행위는 경쟁사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가맹택시시장에서 정상적인 경쟁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구”라고 설명했다. 경쟁사가 제휴계약을 체결할 경우에는 핵심 영업비밀을 경쟁사인 카카오모빌리티에게 제공, 자사 영업전략에 이용할 수 있어서다.
또 제휴계약을 거절하면 소속 가맹기사가 9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카카오T 호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기사모집 등 사업 유지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는 반반택시, 마카롱택시와는 제휴계약을 체결해 영업상 비밀을 실시간 제공받았다. 제휴계약에 응하지 않은 우티와 타다 소속 기사에게는 카카오T 호출을 차단했다.
특히 타다의 경우 카카오모빌리티의 호출 차단으로 인해 소속 가맹기사들의 가맹해지가 폭증, 뒤늦게 제휴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모빌리티는 일반호출 시장뿐만 아니라 가맹택시 시장에서도 시장점유율이 51%(2020년)에서 79%(2022년)로 급증해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을 보유하게 됐다. 반면, 경쟁사들은 사업을 철수하거나 사실상 퇴출됐다.
공정위는 “택시가맹 사업자 대부분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사업자 간 가격과 품질에 의한 공정한 경쟁이 저해되고, 택시기사와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권이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또 “시장을 독점한 거대 플랫폼이 시장지배력을 부당하게 이용해 인접시장에서 경쟁사와의 공정한 경쟁을 제한해 시장지배력을 더 확대하는 반경쟁적 행위를 제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경쟁사에 영업비밀 제공을 요구해 자신의 영업전략에 이용하는 행위를 제재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해외 경쟁당국도 플랫폼 사업자가 경쟁사업자 등의 데이터를 수집, 자신의 사업에 이용하는 행위를 반경쟁적인 행위로 보고 조사·조치하는 추세다. 지난 2022년 EU는 아마존이 오픈마켓 입점업체의 비공개 영업정보를 자사 상품 판매전략에 이용한 행위를 제재했다. 영국도 페이스북이 이용자 데이터를 자사 서비스에 활용한 행위를 조사 중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