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도매법인 '수수료 상한폐지' 논란

2024-10-02 13:00:02 게재

농식품공사 '도매시장 개선방안' 보고서

서울시 수수료 결정권 박탈 추진도 주장

임미애 “수수료 자유화, 도매상만 이익”

농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한국농식품유통공사(AT)가 도매법인 수수료 상한제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수산위원회 소속 임미애(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한국농식품유통공사의 ‘도매시장 비용관련 제도현황 등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공사는 도매시장 거래방식이 경매 외에 온라인 거래 등으로 다변화함에 따라 경매도매법인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므로 수수료 상한제를 없애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보고서는 “경매도매법인이 수취하는 위탁수수료가 대형유통업체를 비롯한 소매상 마진 등에 비해 적고 위탁수수료 중 즉시 지출되는 고정비용(시장사용료 장려금 하역비 등)을 제외하면 실제 3%p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수수료 상한제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보고서는 또 “도매시장 거래량과 거래금액이 정체 또는 감소하고 있으며 경매 외에 정가수의거래 전자거래 온라인거래 등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도매법인의 수익성은 계속 악화된다”며 수수료 자유화를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그간 가락시장 등 농산물 도매상들은 유통 이익을 독식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농수산물도매시장 경매법인들은 경매를 주관하는 대가로 해마다 1000억원이 넘는 수수료를 챙겨 농산물 가격 인상의 표적으로 지목됐다.

◆도매법인 수수료, 업체당 342억원 = 보고서를 입수·분석한 임 의원은 “농산물 시장의 경매도매법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증가해왔는데 유통공사가 이들의 수수료 자유화를 추진하는 건 거꾸로 가는 일”이라며 “배타적 영업권을 가진 도매법인이 유통구조 개선에 기여하기 보다 수익 창출에 몰두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의원에 따르면 가락시장 등의 도매법인은 경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주된 수입원으로 삼고 있지만 공영도매시장 특성상 치열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거래가격에 비례해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내고 있다.

또 보고서의 주장과 달리 도매시장법인들은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현재 가락시장 5대 법인 모두 대기업 계열 비농업자본에 인수됐다. 2020년 기준 이들 법인 평균 영업이익률은 23.91%, 수수료 수익은 업체당 평균 342억3400만원에 달한다.

가락시장을 만들고 관리하는 서울시도 이 같은 움직임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나치게 높은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의 수익을 개선하기 위해 시작된 논의가 거꾸로 수수료 상한제 폐지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는 “지방 도매시장은 현행 수수료를 적용하면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가락시장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지방 현실을 서울에 적용해 가락시장 도매법인 수수료를 올리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국 농산물유통의 40%가 가락시장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한 유통구조 개선의 핵심은 결국 수수료 문제”라며 “도매법인 수익은 오히려 낮출 필요가 있고 그게 밥상물가로 고민하는 국민 정서와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월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고물가 원인으로 지적된 복잡한 유통과정과 과다한 유통마진을 개선한다는 취지다. 도매법인 수익의 적정성 여부 검토가 주요 과제로 지목됐다.

임미애 의원은 "경매 후려치기로 농가가 손해를 볼 때는 입 다물고 있던 정부 산하 공사가 도매법인 이익을 위해 수수료 상한제를 없애려는 것은 국민들로부터 비난 받을 일"이라며 "공사는 도매법인을 위한 정책이 아닌 농업인과 소비자를 위한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이제형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