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시행팀 ‘반격’…“지금 유예하면 언제 시행할 수 있나”
“이재명 대표 4년 유예 의견” … 지도부 ‘유예’쪽 다소 기울어
“상법 국감 전 당론화 후 정기국회 통과의지 보여 달라” 압박
시민단체·야 4당과 손잡고 ‘시행’ 요구 … ‘4년전 여야합의’ 강조
내부보고서 “공제 1억원까지 올리면 과세대상 투자자 0.7%뿐”
더불어민주당이 내년부터 예정된 금융투자소득세 과세를 ‘유예’하는 쪽으로 기울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민주당 내부의 ‘계획대로 시행’을 주장하는 ‘시행팀’의 반격이 시작됐다. 빠르면 국감이 시작하기 전인 오는 4일 의원총회에서 당론을 정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행팀’의 주장에 강도가 더해지고 있다.
2일 민주당 지도부 핵심관계자는 “지난달 29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시행, 폐기, 유예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고 지도부 의견이 가닥을 잡아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의총을 거친 다음에 지도부에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모 최고위원은 “이재명 대표의 의중은 ‘4년 유예’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의총 등을 거친 후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오랜 원칙이었고 지난 총선 이전에 민주당 소속 기획재정위원들이 공개적으로 언급한 ‘금융투자소득세 예정대로 시행하자’는 여론은 최근 최고위원 2명의 공개적인 ‘유예’발언과 이재명 대표 측근인 정성호 의원의 ‘폐지’ 언급, 이 대표의 ‘지금 하면 안 된다는 정서’ 발언까지 겹치면서 ‘유예’쪽으로 급격하게 움직이는 분위기다.
이에 ‘시행팀’이 시민단체, 진보적 성향의 소수 4당과 함께 반격에 나섰다. 유예를 주장하는 쪽에서 요구하는 ‘상법 개정’을 먼저 쳤다. 오기형 김영환 이강일 차규근 한창민 의원 등 ‘내년 시행’을 주장하는 의원들 중심으로 ‘개미투자자 보호를 위한 국정감사를 제한한다’는 토론회를 가졌다. 삼성물산, 두산에너빌리티, SK이노베이션, LG화학, 신성통상 등의 사례가 소개됐고 지배구조 개선으로 ‘누구나 투자하고 싶은 자본시장 만들기’에 나서자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앞서 민주당의 민생경제와 혁신성장 포럼은 토론회를 열고 ‘개미투자자 보호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상법 개정 과제’를 도마 위에 올렸다. 오기형 의원은 구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LG화학 물적 분할 자회사 상장, 두산 밥캣-두산로보틱스 불공정 합병 등을 짚으며 “핵심은 상장기업의 후진적 지배구조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시행팀의 ‘상법 개정’요구가 민주당 지도부에 압박이 되는 이유 = 민주당 최대 의견그룹 더좋은미래는 구체적으로 “민주당 지도부는 국감 전에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확정해 소관 상임위 심사와 여야 협상에 본격 착수해 주시기 바란다”며 “만약 여당의 반대로 법안심사나 처리가 지연될 상황이면 국회법이 허용하는 절차를 최대한 가동해 국감 직후 상법 개정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국민들께 공개 천명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기국회 내에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해 개미투자자들을 보호하는 법적 장치를 만들지 못한다면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일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 지도부의 최우선적이고 신속한 입법추진을 강력한 촉구한다”고 했다. 더좋은미래 대표는 ‘시행팀’의 대표주자인 김성환 의원이다. 그는 첫 연기시점인 2022년에 정책위 의장을 맡아 여야간 협상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더좋은미래는 지난 7월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성명을 낸 바 있다.
시행팀의 ‘상법 입법 강행’ 요구는 ‘유예팀’에서 상법 개정을 통한 투자자보호와 자본시장 선진화를 ‘금투세 시행’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예’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상장사 지배구조 개편 등을 담은 상법 개정,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주가 4000포인트까지 상승 등을 ‘시행 조건’으로 내 걸었다.
하지만 ‘시행팀’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다양한 의견을 갖고 있는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결정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재벌 등과 연결된 여당이나 정부 설득은 더욱 난해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상법 개정안을 정기국회내에 통과시킬 수 없다면 여야가 이미 합의한 금융투자세 시행이라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냥 놔 두면 시행한다” = ‘시행팀’은 민주당 내부의 유예 주장은 문재인정부에서 민주당 주도로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을 설득, 합의를 만들어낸 ‘금융투자소득세 과세’에 대해 2년 유예에 2년 재유예를 거쳤는데 다시 유예하자는 것이고 여기에 ‘달성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세운 것은 ‘폐지’ 의견과 다르지 않다는 주장으로 보고 있다.
‘시행팀’의 김영환 의원은 “여야가 합의한 법안도 시행을 못하면 당내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지배구조 개선 등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정하고 재벌 등이나 여당의 반대를 뚫어낼 수 있겠느냐”며 “상법 개정이 안 되면 영원히 금투세는 시행하기 어려운 것이냐”고 따졌다. 그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그냥 놔두면 이미 법으로 만들어져 있어 시행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큰손’ 외국인 이탈에 따른 주가 하락 우려가 ‘풍문’이거나 ‘괴담’이라고 하면서도 ‘표심’에 흔들리는 데에도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시행팀’의 모 의원은 “일부 세력들이 부추기는 주가 하락 가능성은 추정일 뿐”이라며 “일시적인 충격은 있을 수 있지만 곧바로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부보고서에 따르면 금융투자소득세 과세로 세금을 내지 않는 투자자 비중은 99.1%였으며 현재 공제한도 5000만원을 1억원으로 늘려 잡으면 99.3%가 비과세 대상이다. 과세대상이 전체 투자자 1400만명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앞의 의원은 “조세저항과 ‘제2의 종부세’를 우려하는 것을 이해한다”면서 “하지만 여야가 합의하고 오랫동안 민주당이 주장해왔던 과세마저 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떤 과세를 할 수 있겠느냐”며 “반발하고 저항하면 모두 막을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선 안된다”고 했다.
한편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가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달 28일부터 사흘간 전국 18세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ARS자동응답방식 여론조사에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반대하는 응답은 44%로 나타났다. 찬성은 36%였다. 보수층에서는 폐지에 찬성하는 의견이 절반을 넘었지만 진보층에서는 62%가 반대 입장을 보였고 중도층에서는 반대가 43%, 찬성이 38%로 나왔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