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60억달러 투자한 ‘라오스-중국’ 철도 효과는?
내륙국에서 연계국으로 변한 라오스 … ‘경제발전 희망’과 ‘부채의 함정’ 공존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과 중국 윈난성 쿤밍을 연결하는 라오스-중국 기차가 운행을 시작한 2023년 4월 13일로부터 1년 반의 시간이 흘렀다. 필자는 지난 8월 27일 국제열차의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이 열차를 타고 비엔티안에서 쿤밍까지 여행했다. 중국-라오스 철도는 비엔티안에서 중국 국경역 보텐까지 422킬로의 철도로, 중국건설사가 2016년 12월 착공하여 2021년 12월 완공했다. 그러나 코로나로 중국이 국경을 봉쇄하면서 여객열차는 라오스 구간만 운행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개선되어 2024년 10월 현재 매일 한편의 국제열차와 5편의 라오스 구간 열차가 왕복운행을 하고 있고, 일주일에 3일 라오스의 루앙 프라방에서 중국의 시상반나를 연결하는 보통열차가 운행된다.
◆1천킬로미터 거리 9시간 반 걸려 = 비엔티안역은 중국 기차역 방식으로 대합실과 매표소가 분리되어 있었는데 기차표는 실명으로 구입해야 했고, 열차 승객만이 신분증 검사와 보안검사를 마친 후 대합실에 입장할 수 있었으며, 승차 때 다시 한번 신분증 검사를 했다.
기차는 중국인이 좋아하는 8을 두 번이나 사용하는 8시 8분에 출발했다. 라오스의 관광지인 방비엔을 거쳐 1시간 45분 만에 라오스의 고도 루앙프라방에 도착했는데, 철도개통 이전에는 미니버스가 산길을 굽이굽이 위험하게 돌아 8시간이나 걸려 도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철도는 라오스를 전혀 다른 나라로 변모시킨 것과 다름이 없었다.
중국인 관광객들로 루앙 프라방부터 객실이 가득 찼다. 기차는 11시 15분에 국경인 보텐에 도착했고, 1시간 정도 이민절차를 끝낸 후 국경을 통과했다. 중국 모한에서 다시 한 시간 정도 이민절차를 끝낸 후 중국시간으로 2시 11분에 다시 출발했다. 예정대로라면 종점인 쿤밍남역에 저녁 6시 34분에 도착해야 했으나 다소 지연되었다. 약 1000킬로의 거리를 9시간 30분이 소요되었으니 정상속도 시속 160킬로의 기차치고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 셈이다.
라오스-중국 철도는 라오스 경제규모에 비해 건설비용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투자비용 대부분을 중국에서 차입했다는 점에서 라오스가 중국이 쳐 놓은 빚의 함정으로 끌려 들어간다는 시각도 있었다. 실제로 철도가 개통된 시기에 앞서 라오스 킾화 환율은 상승하기 시작했다. 2021년 3월 말 1달러당 9388킾에서 그해 연말에는 1만1041킾, 그리고 2022년 6월 말에는 1만4812킾으로 상승했고, 2024년 9월 말 현재는 2만2000킾을 오르내리고 있다. 통화가치 하락으로 라오스 경제가 호조를 보였음에도 달러 기준 GDP도 감소했다. 2017년 170억 달러에 1인당 소득이 2439달러였으나 2023년에는 GDP가 158억 달러로 감소했고, 1인당 소득도 2075달러로 줄어들었다,
◆철도 건설, 다양한 차원의 경제적 효과 = 철도개통으로 라오스인의 여행이 늘어났다. 2023년 한 해 동안 라오스 구간은 승객 260만 명을 수송했는데, 전년 대비 85.8%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중국-라오스 국경 간 열차는 11만 1천명을 수송했다. 현재 고속국제열차의 주 승객은 중국인이다. 루앙 프라방을 방문하는 중국 여행자이거나 라오스에 사업기회를 찾아 내려온 사람들이다. 9월 28일 신화통신은 국제열차 개통 이후 올해 9월 25일까지 100개국이 넘는 승객이 열차를 이용했으며, 외국인의 수는 28만 2천명이었다고 보도했다. 라오스는 2024년을 라오스 방문의 해로 정하고 있으며 400만명의 외국관광객을 유치하여 10억달러의 관광수입을 올릴 계획이다.
철도는 중국과 라오스의 교역 확대에 도움이 되었다. 지난해 중국과 라오스의 무역은 사상 최대인 71억달러로 전년대비 26.6% 증가했다. 올해도 8월까지 양국 무역은 지난해 동기대비 26.5% 증가한 62억달러에 달했다.
대중국 교역증가에 힘입어 라오스의 수출은 2017년 49억달러에서 2023년 84억달러로 증가했고 무역수지는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되었다. 실제로 수출입 규모는 라오스의 환율이 상승했다는 점에서 라오스 킾화 기준으로는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중국이 라오스로에서 수입하는 대표적인 상품은 동광, 철광, 주석 등 광물성 원료이다. 양은 많지 않으나 라오스의 과일 수출도 눈에 띈다. 중국의 과일 수입은 2020년 3500만 달러에서 2023년 6100만달러로 증가했는데 전통적으로 강세였던 바나나의 수입은 감소한 대신 2000년에는 없었던 감귤류를 2700만달러어치 수입했다, 라오스와 교역이 증가하면서 중국은 전통적으로 라오스 최대의 교역국이었던 태국을 제치고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했다. 라오스의 수출에서 중국 비중이 태국에 비해 훨씬 높아졌고, 수입의존도에서도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
◆태국 두리안 중국 수출 90% 이 철도 이용 = 또한, 라오스-중국 철도가 양국을 넘어 주변 지역으로 파급효과를 내고 있다. 라오스-중국 철도가 개통한 다음날 2021년 12월 4일 비엔티안의 외곽 타나랭에는 중국-라오스-태국 화물의 환적지로 표준궤와 협궤를 모두 갖춘 타나랑육상항구가 문을 열었다. 태국은 중국에서 전기자동차 부품 등을 수입하고 주로 농산물을 수출하게 된다.
특히 과일의 왕이라는 두리안은 태국의 대중국 수출상품의 중심이 되었다. 윈남성이 수입한 태국 두리안은 2024년 상반기에만 15.1만톤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27.6% 증가했다. 이 중 6만톤은 라오스-중국 철도를 통해 수송되었는데, 이는 2023년 대비 115.4% 증가한 것이고, 금액도 3.2억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40.9% 증가했다. 실제로 라오스-태국 열차를 이용하는 태국의 수출상품의 90% 이상이 두리안이었다.
태국의 여객열차도 비엔티안으로 운행하기 시작했다. 올해 7월 말부터 승객들은 방콕에서 국경역 농까이를 거쳐 비엔타인 외곽의 캄사밧역(Khamsavath Station)으로 직접 여행할 수 있게 되었다.
라오스-중국 철도의 비엔티안 역과 떨어져 있고 두 철도의 궤가 달라, 같은 역을 사용할 수 없지만 태국이 표준궤 전철을 2030년경에 완공한다면 이제 중국 베이징에서 쿤밍을 거쳐 태국 방콕까지 열차로 여행을 갈 수 있을 것이다.
◆라오스, 중국에 더 의존경제 만들 우려 = 라오스-중국 철도의 경제적 효과가 크다고 하지만 과연 투자의 필요성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라오스 내륙 철도회사는 중국과 라오스가 각각 70:30의 지분으로 설립했다. 건설비용 60억달러는 주식자본 24억달러, 차입 36억달러로 구성되었다. 차입금은 모두 중국 수출입은행에서 조달했다. 주식 자본 24억달러 중 라오스의 30% 중에서도 2.5억달러만 직접조달하고, 나머지는 역시 중국 수출입은행에서 차입했다. 결국 60억달러 중에서 2.5억달러만 라오스 정부가 직접 조달하고 나머지 모두 중국에서 조달한 것이다. 현재 여객이나 화물 수송 수준으로는 원리금 상환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라오스 대통령 통룬 시솔릿은 2023년 5월 도쿄에서 철도가 라오스가 내륙에서 연계국으로 국가를 전환하려는 노력을 강화하여 사회경제적 발전을 촉진할 희망을 불러일으켰으며, 확실히 ‘부채 함정’이 아니라고 말했다.
동시에 라오스-중국 철도는 라오스를 중국으로 더욱 강하게 통합시킬 것이다. 현재 국제열차의 승객은 대부분이 중국인이다. 중국 관광객 없이 라오스의 일부 관광지는 생존할 수 없다. 교역규모가 증가하고 있으나 수출은 재생가능하지 않은 광물자원 중심이고, 수입은 공산품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라오스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저하할 것이다. 과일류의 수출이 증가하지만 라오스의 농업 부문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오히려 이러한 과일도 사실은 중국인이 투자한 경우가 많다. 중국의 투자가 라오스를 더욱 중국에 더욱 의존하는 경제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
◆라오스가 경제적 이익 제고를 위해서는 = 라오스-중국 철도가 라오스 경제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여객을 늘려야 한다. 60억달러를 투자한 철도에 하루 수차례의 국내편과 1회의 국제열차는 너무 비효율적이다. 현재와 같이 양국의 국경 통과에 두 시간 이상이 소요되고, 중국당국의 여행자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 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할 것 같지도 않다. 유럽과 같이 물리적 국경절차를 철폐하지는 못하더라도 훨씬 더 효율적이고 시간 절약적인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중국-라오스, 중국-아세안의 무역량 확대가 필요하다.
라오스 경제를 고려할 때 양국 간의 화물량 증가는 한계가 있겠지만, 그래도 이를 늘리기 위해서 라오스 농업 생산성 제고와 수출상품 개발을 위해 내부의 도로 등 인프라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한 태국, 말레이시아 등의 해양 물류를 얼마나 흡수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계획 중이거나 건설 중인 말레이시아와 태국 철도의 전철화와 이를 통한 라오스-중국 철로의 연계이다. 그러나 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검역, 통관 등 제도개선을 통해서 태국과 중국의 해양 물동량을 육상으로 전환할 필요도 있다.
박번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