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멸구로 쑥대밭…재난지역 지정 촉구

2024-10-04 13:00:01 게재

전남 피해면적 여의도 68배

전북도 확산…농민 삼중고

전남도와 전북특별자치도, 농민단체가 폭염 등 이상기온으로 벼멸구 피해 면적이 눈덩이처럼 증가하자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복구비 지원 등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지 쌀값마저 폭락하면서 농민들은 심각한 삼중고를 겪고 있다.

“벼멸구 피해는 자연재해” 2일 오후 전남 무안군 삼향읍 전남도청 앞에서 광주·전남 농민단체가 벼멸구 피해의 자연재해 인정과 쌀값 보장 등을 정부에 요구하는 농민대회를 열고 있다. 무안 연합뉴스

4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전남지역 벼멸구 피해 면적이 1만9603㏊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해(175㏊) 보다 112배, 여의도 면적(290㏊) 68배에 이른다. 올해 전국 피해 면적(3만4000㏊) 중 57%가 전남에서 발생했다. 전북 역시 임실 등 11개 시·군 7200ha(9월 27일 기준)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벼멸구는 6월 중순부터 7월 초 사이 중국 남부에서 저기압 기류를 타고 날아오는 해충으로 주로 볏 대 아랫부분 즙액을 빨아먹어 벼가 쉽게 쓰러진다.

벼멸구 확산은 폭염과 이상기온으로 발생했다. 지난 7~9월 전남지역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2.6도 높은 27.2도까지 오르고, 폭염일수도 평년보다 22.7일 많은 32일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벼멸구 부화일은 7.9일로 20도 미만일 때보다 5일 단축됐고, 산란 횟수 역시 2회에서 3회로 늘어나면서 피해 면적이 크게 증가했다는 게 전남도 분석이다. 전남도는 벼멸구 확산을 막기 위해 긴급 방제비 63억원을 투입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에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갖고 폭염으로 벼멸구가 대규모로 발생했고, 연약해진 벼가 연이은 집중호우로 피해가 가중된 만큼 ‘벼멸구 피해의 재해 인정’과 ‘피해 지역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정부에 촉구했다. 전남도는 그동안 벼멸구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여야 국회의원 등에 모두 8차례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했다.

김 지사는 “폭염과 태풍 등이 원인이 된 농업재해에 해당한다”면서 “정부는 지난 2014년과 2022년 벼 이삭도열병을 재해로 인정한 사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와중에 현지 쌀값마저 폭락했다. 쌀값은 지난해 10월 21만222원을 정점으로 11개월째 연속 하락해 9월 기준 17만4592원으로 폭락했다. 정부가 벼멸구 피해 벼에 대해 ‘잠정등외 등급’으로 매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농민단체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등은 2일 전남도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벼멸구 피해 농업재해 인정 △2023년산 쌀 20만톤 시장격리 △밥 한 공기 300원 보장 등을 요구했다.

윤일권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의장은 이날 “정부 당국이 벼멸구가 재해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면서 “11월 20일 용산으로 올라가 전국농민대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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