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특허법원 판사는 법·기술 전문가”
기술판사·대리인 제도 운영
특허소송에서 기술 중요
주요국서 변리사 소송 참여
“유럽통합특허법원(UPC)은 특허침해소송의 모범이다. 우리나라가 본받아야 한다.”
지난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유럽통합특허법원, 기업은 왜 열광하는가’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 발제를 담당한 김주섭 LX세미콘 자문은 “유럽통합특허법원은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혁신적이고 최고의 법원”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이 법과 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게 이유다.
벤처업계와 특허청에 따르면 UPC는 2023년 6월 1일 출범했다. 우리나라와 가장 큰 차이는 △기술판사 △대리인 제도다.
기술판사는 자격 요건이 법과 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다 갖춰야 가능하다.
유럽통합특허법원에는 변호사 출신 뿐만아니라 변리사 출신도 판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리인 선정도 기업이 원하는대로 변호사 외에도 변리사를 단독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다.
UPC의 이러한 체계는 특허는 기술과 법이 융합되는 특수한 영역이라는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 기술과 법을 모두 잘 알아야 특허분쟁을 제대로 판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특허분쟁 대응 역량을 갖춘 전문가인 변리사가 있다. 하지만 정작 소송은 변호사만 할 수 있다. 기업들은 경쟁력을 갖춘 대리인을 구하는 것이 힘들다.
국내 중소기업 대부분이 특허소송을 포기하는 이유다.
LX세미콘도 국내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LX세미콘은 미국에서 수년간 치열한 특허침해소송을 벌였다.
LX세미콘은 소송에서 이겨 수천만달러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국내에서 진행된 동일한 특허의 침해소송에서는 달랐다.
판사는 기술판정에서 변호사 의견만 존중했다.
변리사가 나서 기술설명을 해도 대리권한이 없어 무시당했다.
김 자문은 “특허침해여부와 영업비밀 여부를 판단해 주는데 핵심 기술전문가인 변리사의 대리역할이 빠져버려 참으로 난감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기술판사와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대리는 기업의 소송부담, 기간, 비용을 줄여주는 제도로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두번째 발제를 맡은 정차호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도 “유럽통합특허법원은 법률판사와 기술판사로 구성돼 있다”며 “특허소송에서 기술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참여는 해외 주요국에서 이미 운영하고 있다.
유럽연합 영국 일본 등은 특허권침해소송에서 변호사·변리사 공동대리는 물론 심지어 변리사 단독대리를 인정하고 있다. 독일도 일정한 요건을 만족하는 경우 변리사에게 출정 및 발언의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정 교수는 “주요국들은 변리사에게 많은 권리를 부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변리사의 특허소송대리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김정호 김성환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벤처기업협회 오송바이오헬스협회가 주관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