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이어 ‘주가조작’도 불기소 무게

2024-10-04 13:00:02 게재

시세조종 일당과 밀접 관계 정황 드러나는데

‘김건희 여사 무혐의’ 최종 처분 임박 관측

검찰, 주가조작 인식했다는 증거 확인 못해

‘명품백’ 불기소 이어 면죄부, 후폭풍 예상

검찰이 명품가방을 받은 김건희 여사를 불기소 처분하면서 김 여사에게 제기된 또 다른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 처리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 여사에 대한 최종 처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검찰은 무혐의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이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불기소 처분이 내려질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조만간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최종 수사 결과를 보고하고 이르면 다음주중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여사 모녀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매로 23억원의 수익을 올렸지만 주가조작 행위에 관여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판단하고 무혐의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주가조작에 전주로 참여하는 등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권 회장 등은 지난 2021년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돼 1심 판결에 이어 지난달 12일 항소심에서도 유죄 선고를 받은 바 있다. 관심을 모은 건 김 여사와 유사하게 전주로 참여한 손 모씨의 판결 결과였다. 검찰은 그동안 손 씨에 대한 항소심 결과를 봐야 한다며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을 미뤄왔기 때문이다. 손씨는 1심에서 공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선 방조 혐의가 인정돼 유죄가 선고됐다. 이에 따라 법조계 안팎에선 김 여사에 대해 최소한 방조 혐의로라도 기소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항소심 판결문을 검토한 검찰은 손씨와 김 여사의 사례가 다르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씨는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을 인지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편승하려한 정황이 증거로 확인된 반면, 김 여사는 주가조작 사실을 인식했다는 뚜렷한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권 전 회장 등 주가조작 공범들에 대한 1, 2심 재판부는 김 여사 명의 계좌로 시세조종을 위한 통정매매가 이뤄졌다고 판단했지만 김 여사는 지난 7월 검찰 조사에서 “내가 독자 판단해 직접 주문한 매도 계약”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김 여사가 주가조작 핵심 인사들과 관계를 유지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JTBC는 김 여사가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된 2020년 9~10월 시세조종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와 40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던 사실과 블랙펄인베스트먼트의 앞글자를 딴 ‘BP패밀리’에 권 전 회장 등과 함께 김 여사가 포함됐다고 한 주가조작 ‘주포’ 김 모씨의 진술 내용을 보도했다. 주가조작 공범 민 모씨가 김 여사에게 ‘매도 타이밍을 다시 알려주겠다’고 한 메시지도 공개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이미 검토를 거친 것으로 김 여사가 이들과 공모한 증거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 여사와 주가조작 일당과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정황들이 잇따라 드러나는 상황에서 검찰이 추가 수사 없이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이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까지 불기소 처분할 경우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일 명품가방을 주고받은 김 여사와 최재영 목사를 모두 불기소로 결론 지었다. 김 여사가 최 목사로부터 받은 명품가방 등 선물은 ‘우호적 관계 유지 또는 접견 기회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윤석열 대통령 직무와의 관련성이나 대가관계가 없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윤 대통령의 청탁금지법상 신고 의무도 없다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 부부에게 제기된 뇌물수수, 김 여사의 알선수재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서도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명품가방 수수에 이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서도 불기소 처분을 받으면 김 여사의 사법리스크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깔끔하게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당장 명품가방 의혹으로 김 여사를 고발한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는 항고방침을 밝힌 상태다. 항고는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관할 고검에 다시 판단을 구하는 절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도 남아있다. 조국혁신당은 명품가방 수수 의혹 관련 김 여사를 공수처에 고발했는데 공수처는 그동안 검찰의 처분을 보고 사건처리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검찰의 최종 처분이 나온 만큼 본격적인 수사 검토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최근 불거진 김 여사의 공천 개입의혹 관련 고발 사건도 수사하고 있다.

김 여사 특검 압박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는 4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김 여사 특검법을 재의결할 예정이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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