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인선·후계체제 관리·전임자그늘 탈피 주목
금융지주사, 연말 인사 3대 관전포인트
외부 직간접 인사관여 극복 여전한 과제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 연말 인사 절차가 본격화됐다. NH농협금융을 뺀 대부분 금융지주 회장 임기가 내년 이후여서 올해는 계열사 대표와 후계체제 정비 등이 인선의 주요 관심사항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치권과 금융당국 등 외부의 직간접적 인사 관여를 극복하는 것도 과제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회장 양종희)과 우리금융(회장 임종룡)은 지난달 27일 각각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대추위)와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고 본격적인 인선 작업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신한금융(회장 진옥동)은 지난달 10일 ‘자회사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를, NH농협금융(회장 이석준)은 지난달 26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지주사 회장과 NH농협은행 행장 선임을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하나금융(회장 함영주)도 조만간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꾸려 본격적인 검증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말 금융지주사 인사의 최대 관심은 은행장 거취다. 5대 금융지주 계열 은행장 임기가 모두 올해 연말까지여서 연임 여부가 주목된다. 최근 거취가 가장 주목되는 인사는 조병규 우리은행장이다. 지난해 7월 취임했기 때문에 관행적이라면 올해 임기를 한 차례 더 연장할 수도 있지만 횡령과 부정대출 등 내부 관리문제가 불거져 어떤식이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안팎의 압력이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임 회장의 친인척 부정대출 의혹사건에 대해서는 이미 두명의 관련자가 구속됐고, 검찰수사가 이어지고 있어 결과에 따라 파장이 예상된다. 임종룡 회장도 수사 및 조사결과를 보고 책임있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내부 감시체제 정비와 인사를 통해 후속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책임의 수위와 범위, 대상 등을 두고 검찰수사 결과 발표이후 내부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어서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안에 수사결과가 나오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조 행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그림이 가장 깔끔하기는 하다”면서도 “조 행장 스스로 억울한 부분이 있을 것이고, 고질적인 내부 알력 등이 여전하다는 평가여서 파장이 어디로 번질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4대 은행장 거취도 주목된다. 올해 연말이 임기여서 절차상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 우선 3년(2+1년)을 재임한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의 3연임이 관심이다. 전임자들 관례도 있어 한차례 연장했던 임기를 추가할 가능성이 있지만, 전체 계열사 대표 임기와 맞물려 있어 유동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상대적으로 이승렬 하나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지난해 초부터 임기가 시작돼 추가 연장 가능성이 있지만, 역시 다른 계열사 대표의 임기 만료와 겹쳐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차기 은행장 인사는 결국 개별 지주사 회장 후계구도와도 연결돼 있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금융지주사 회장 후계구도에서 가장 앞순위가 은행장이었던 만큼 다른 계열사 대표 인선과는 결을 달리하는 점이 있다. 다만 현재 5대 금융지주사 회장이 모두 첫번째 임기 중이어서 당장 후계구도 관리를 위한 별도의 체제개편이나 특단의 인사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전망이다.
올해 말 계열사 대표 인선에서 지주사 회장이 얼마나 전임자 그늘에서 벗어날지도 관심이다. 실제로 상당수 지주사 회장이 임기 첫해였던 지난해 연말 사장단 인사에서 일부를 빼고 대부분 유임하는 조치를 취했다. 전임자와 갈등은 방지하고, 조직적 영속성 등을 고려했다는 평가였다. 금융권 한 인사는 “함영주 회장을 빼면 지주사 회장 임기는 2026년 이후여서 은행장을 비롯한 계열사 대표 인사는 안정적인 관리에 맞춰질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계열사 사장단 인사는 지주 회장이 얼마나 자기 색깔을 낼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금융권에서 각종 부정 및 불법 의혹 사건이 불거져 검찰 수사까지 받는 상황에 이르고,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최고경영진 거취까지 거론하는 흐름에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내부통제 문제를 제기하면서 강한 어조로 경영진을 몰아세우고 있고, 정치권은 국정감사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경영진의 진퇴를 압박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 전직 금융권 인사는 “내부통제를 허술하게 해서 외부의 개입을 자초하고, 자기만 살겠다는 금융권 일부 인사의 모습은 실망스럽다”면서도 “법적, 행정적 책임은 절차와 요건에 따라 그것대로 하면되는 것이지, 당국이나 정치권이 나서서 군기잡기식으로 하면 구조적 근본적 개선은 어렵다”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