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중국 증시의 지배구조 리스크

2024-10-07 13:00:00 게재

중국증시가 무섭게 상승하고 있다. 중국 본토의 상해종합지수는 9월 초의 저점 대비 23% 상승했고, 홍콩증시에서 거래되는 중국 기업들로 이뤄진 H지수는 35%나 급등했다. 경기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정부가 각종 부양책을 내놓자 주식시장도 급격한 상승으로 화답하고 있다. 다만 중국증시의 반등이 본격적인 상승추세로의 전환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급격한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한 일종의 모르핀 투여에 주가도 꿈틀하고 반응하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지배구조 리스크를 가벼이 여겨서는 안된다. 지배구조는 신흥국 투자에서 실패를 가져오는 주된 원인이 되곤 한다. 신흥국 경제는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지만 주식시장과 괴리되는 경우가 많다. 중국만 봐도 그렇다. 중국 경제의 상대적인 성장률은 여전히 높다.

중국정부 부양책에 주식시장 급격한 상승으로 화답

중국과 같은 큰 덩치의 경제가 올해 5%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도 그렇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중국에 대한 투자 붐이 크게 일었던 2008년 이후 2023년까지 중국의 연평균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0.1%에 달했다.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높은 성장세였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성과는 부진했다.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2007년에 기록했던 정점 6100 포인트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3300 포인트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최근의 급등세도 장기간의 하락세에 비하면 미약한 수준이다.

1980~1990년대 한국증시도 최근 십수년의 중국 증시와 비슷한 행보를 보여준 바 있다. 당시 한국 경제는 2000년대의 저성장기와 비교하면 훨씬 역동적이었지만 1980~1990년대의 코스피(KOSPI)는 3저호황이 있었던 1980년대 중후반 5년 간의 강세장이 있었을 뿐, 나머지 기간은 500~1000포인트의 장기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989~2002년 한국의 명목GDP 성장률은 연평균 12.8%에 달했지만 KOSPI는 연평균 -2.6%라는 부진한 성과를 보여줬다. 반면 2003~2023년에는 연평균 명목GDP 성장률과 KOSPI 등락률은 각각 5.1%와 7.1%였다. 고성장기보다 성장둔화기의 주식투자 성과가 더 좋았던 셈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의 2008~2023년 연평균 명목GDP 성장률은 10.1%를 기록했지만 상해종합지수의 연평균 등락률은 -3.5%, 기간 전체 등락률은 -43.2%였다. 1989~2002년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경제성장을 주가지수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배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고성장 경제에서는 기업들도 높은 수준의 이익을 얻어낼 가능성이 높지만 그 과실이 주주들에게 온전히 돌아가야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 한국의 1980~1990년대는 성장률은 높았지만 회계부정과 대주주의 전횡이 심했던 시기였다. 1999년 3대 재벌이었던 대우그룹이 분식회계로 파산했던 사례는 이 시대를 상징하는 사건이다. 또한 이 시기 한국은 정치권력 우위의 사회였다. 1985년 10대 재벌이었던 국제그룹은 정권의 눈 밖에 나자 곧바로 해체되기도 했다.

중국증시 추세를 사기보다 일시적 변동성 취하는 접근법 필요

기업에 대한 소유권이 보호되지 못하는 사회에서 주가가 오를 수는 없다. 2000년대 한국 증시의 레벨업도 IMF 외환위기 이후 한단계 진전된 지배구조 개선에 힘입은 바가 크다. 중국 증시의 장기 부진도 주주친화적이지 못한 지배구조에서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시진핑정권 출범 이후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시진핑정부가 언급했던 공동부유는 사회주의의 정체성을 추구하는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이지만 주주가치에는 긍정적이지 않다. 이미 빅테크에서 차량공유업체까지 중국의 정책 리스크는 광범위하게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줘왔다. 자산을 장기간 묻어두는 장기투자는 재산권에 대한 신뢰 인프라가 잘 갖춰진 나라에서 해야 하고,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는 추세(trend)를 사기 보다 일시적 변동성(volatility)을 취하는 트레이딩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