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10% 적기시정조치 심판대 오를 듯 … 9곳 부실채권비율 20% 넘어
금감원, 3곳 취약등급 판단해 금융위 통보 … 연말까지 5~6곳 추가 가능성
저축은행의 부실채권이 급격히 늘면서 금융당국이 본격적인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저축은행 3곳이 적기시정조치 대상 등급에 해당된다며 금융위원회에 통보했으며 올해 안에 추가로 부실 저축은행들을 통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3월 기준 경영실태평가에서 저축은행 3곳에 대해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해당되는 평가등급을 받은 것으로 확정했고, 현재 6월 기준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실태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위는 통보받은 3곳에 대해 조만간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이들 저축은행에 대한 적기시정조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되면 저축은행은 이를 공시해야하고 금융당국은 경영개선명령을 통해 건전성 개선에 나선다. 적기시정조치 여부는 금융위가 최종 판단한다.
다만 금감원이 통보한 3곳 중 1곳은 경영실태평가 이후 개선 노력을 통해 6월말 기준 자본비율이 좋아지면서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2곳 중 한 곳도 기준을 맞추기는 했지만 자본비율이 좋지 않아 연체 관리 능력에 대한 금융당국의 검토가 진행될 예정이다.
경영실태평가는 저축은행 본점을 대상으로 △자본적정성 △자산건전성 △경영관리능력 △수익성 및 유동성부문에 대해 부문별평가와 부문별평가 결과를 고려한 종합평가를 실시한다. 평가결과는 1등급(우수), 2등급(양호), 3등급(보통), 4등급(취약), 5등급(위험) 등 5단계 등급으로 구분된다.
경영실태평가 종합평가 등급이 3등급이거나 자산건전성 또는 자본적정성 평가 등급이 4등급 이하면 금융당국이 ‘적기시정조치’ 여부를 판단할 심판대에 오르게 된다.
6월말 기준 금감원 경영실태평가에서 저축은행 4곳이 적기시정조치에 해당되는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금감원은 9월말 기준 경영실태평가에 착수할 예정이어서 적기시정조치 심판대에 오를 저축은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최소 7~9곳의 저축은행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79개 저축은행 중 약 10% 가량이 적기시정조치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6월말 기준 부실채권비율(고정이하여신비율)이 10%를 넘는 저축은행은 79개 중 60곳에 달하고 20%가 넘는 곳도 9곳이나 된다. 자산규모가 큰 10대 저축은행 중 OK(11.99%)·웰컴(13.01%)·페퍼(19.15%)·상상인(20.43%)·OSB(14.18%) 등 5곳도 부실채권비율이 10%를 넘는다. 한국투자(9.43%), 다올(9.16%) 등도 10%에 육박하고 있다.
부실채권비율이 20%를 넘는 저축은행은 솔브레인(43.11%), 안국(31.02%), 대백(24.16%), 에스앤티(24.1%), 대아(23.65%), 오성(22.20%), 라온(20.62%), 상상인(20.43%), 우리(20.3%) 등 9곳이다.
금융당국은 부실채권비율이 높은 저축은행이라고 해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서 자본력이 있는 곳은 매각·상각 등을 통해 부실채권비율을 크게 낮출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자본 여력이 없고 대주주 증자도 어려운 저축은행들은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안에 부실 저축은행 선별을 끝내고 내년 초에는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들의 부실채권이 급증한 주요 원인은 부동산 PF 대출 부실에 따른 것으로 경·공매를 통해 부실 PF사업장을 털어내면 건전성이 개선될 수 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들을 상대로 매주 부실 PF사업장 경·공매 현황을 점검하기로 하는 등 PF부실 정리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