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은 ‘대통령 관저 불법공사’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공사 발주처인 행정안전부가 사전에 불법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또 사후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가 쟁점이다. 정부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한 디지털정부 구현과 국가안전시스템 개편의 문제점도 눈길을 끌었다.

7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 관저 불법공사의 핵심은 무자격업체인 ‘주식회사 21그램’이 어떻게 관저 공사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여부다. 또한 발주처인 행정안전부가 이 업체가 무자격업체라는 것을 사전에 알았는지도 여부도 쟁점이다.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관저에 무자격업체가 참여한 일과 관련 “행정안전부와 이상민 장관이 사전에 알았다면 공범이고 몰랐다면 무능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공사 발주처인 행안부 국감인만큼 행정철차 이행이 적절했는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박정현 민주당 의원은 행정절차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21그램이 전체적인 공사를 미리 진행하고 이후 인허가 관련 문제가 생기자 종합건설면허가 있는 ㈜원담종합건설의 면허를 빌려왔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김건희 여사와 친분이 있는 업체에 공사를 몰아주고, 공사 중 법률위반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면허가 있는 업체를 대신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행안부 국감에서는 정부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민비서 서비스의 허점도 드러났다. 148억원을 들여 전자고지가 가능한 국민비서 서비스를 구축하고도 여전히 종이고지서를 6억장 넘게 인쇄·발송해 행정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병도 의원에 따르면 각 중앙행정기관과 광역지자체가 지난해 우편으로 발송한 국세·지방세·수도요금 등 공공요금 고지서가 6909만장에 달하고, 인쇄·발송 비용으로 3449억원 가까이 사용했다. 고지서는 주로 국세와 지방세 전기요금 수도요금 4대보험료 등이다.

특히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지방세와 수도요금 고지 비용이 754억1200만원(1억7000여만장)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행안부가 이 같은 행정비용을 줄이기 위해 전자고지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행안부는 2020년 국민비서 서비스 구축에 나서 올해까지 5년간 148억7900만원을 투입했고, 내년에도 7억610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한 의원은 “정확한 수요조사로 종이고지서 비용을 줄이고, 국민비서를 활성화해 행정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난문자 남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모경종 의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재난문자 발송횟수는 8만6000회로 3년간 월평균 송출 횟수가 2300회에 달한다. 모경종 의원은 “행안부가 지난해 5월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계획 추진 과제로 재난문자 송출기준 개선을 내놨지만 국민들의 불편과 피로도는 여전하다”며 “꼭 필요한 국민에게만 전달되도록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위성곤 민주당 의원은 지자체 공무원들이 사비를 걷어 국·과장들의 밥을 사는 이른바 ‘모시는 날’ 관행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위 의원이 지자체 공무원 1만25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이내에 ‘모시는 날’을 직접 경험한 공무원이 응답자의 75.7%, 즉 4명 중 3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비용을 사비를 걷어 조성한 팀비로 부담했다는 응답이 55.6%로 절반을 넘어섰다. 위 의원은 “나쁜 관행을 없애달라는 호소가 담긴 의견이 수백건 제출됐다”며 “잘못된 악습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