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책임론’ 대비하는 한동훈…총력전 선회
여권 텃밭 꼽히는 인천 강화·부산 금정 판세 불투명
패하면 친윤이 ‘책임론’ 앞세워 한 대표 흔들 가능성
한, 두 곳 재방문 … “여론 악화 책임 윤 대통령인데”
국민의힘은 당초 기초단체장 4곳과 서울교육감만 선출하는 미니선거인 10.16 재보궐선거에 중앙당 차원의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었다. 시도당에서 알아서 치르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뒤늦게 한동훈 대표 등 지도부가 총력 태세로 선회했다. 재보선 결과를 놓고 책임 시비가 붙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10.16 재보선에서는 기초단체장 4곳(인천 강화, 부산 금정, 전남 곡성, 전남 영광)과 서울교육감이 선출된다. 국민의힘에서는 텃밭으로 꼽히는 강화와 금정 승리를 자신하는 분위기였다.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강화에서는 국민의힘 출신 무소속 후보가 47.3%로 당선됐다. 역대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우위를 보였다. 금정에서도 국민의힘 후보가 62.0%로 압승했다. 자연스럽게 10.16 재보선에서도 여당 수성이 점쳐졌고, 이 때문에 중앙당은 “시도당에서 알아서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하는 모습이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잡음이 커지고, 의정갈등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여론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최저치를 기록하고, 여당 지지율까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역구별 사정도 녹록지 않다. 금정에서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후보가 6일 단일화에 성공했다. 여당 후보에게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강화에서는 국민의힘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안상수 후보가 변수다. 자칫 여당이 텃밭에서도 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친윤에서는 윤-한 갈등의 당사자인 한 대표를 당에서 몰아내야 한다는 고민이 엿보인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고집하는 이상 여권의 단합은 이뤄질 수 없다는 주장. 한 대표를 ‘축출’할 명분으로 재보선 책임론이 거론됐다. 재보선에서 텃밭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한 대표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논조다. 지난해 10.11 재보선에서 국민의힘은 서울 강서구청장 한 곳에서 졌지만, 패배 두 달 뒤 김기현 대표가 사퇴하는 결과를 빚었다. 친한(한동훈) 의원은 6일 “만약 텃밭을 지키지 못하면 (친윤에서) 기다렸다는 듯 (한 대표) 책임론을 들고 나올 게 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 대표측은 시도당에 맡겼던 10.16 재보선에 직접 뛰어드는 모습이다. 한 대표는 5~6일 금정을 찾아 지원유세를 펼쳤다. 6일 윤 대통령의 출국도 배웅하지 않았다. 그만큼 재보선이 절박하다는 의미라고 한 대표측은 설명했다. 한 대표는 오는 9일 현장 최고위원회도 금정에서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핵심당직자는 7일 “사전투표(11~12일)가 실시되기 전에 금정은 물론 강화도 한 번씩 더 찾아간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국민의힘이 후보를 공천한 전남 곡성도 방문할 계획이다.
한 대표측은 중앙당의 총력지원에 힘입어 텃밭 판세가 그나마 호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핵심당직자는 “금정은 걱정했던 것보다 바닥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강화는 무소속 후보가 예상보다 많은 득표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여권에서는 여론이 워낙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 10.16 재보선 결과를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익명을 원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6일 “재보선 지역구가 워낙 소수라 전국 여론을 직접 대입시키기는 어렵지만, 지금 여론 지형이 (여당에게)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 텃밭이라고 안심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여론 악화 책임이 주로 윤 대통령 부부에게 있는데, 나중에 여당에게 (재보선 패배) 책임을 묻는다면 당사자(여당)가 수용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