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부족에 팔기 어려운 주식도 매각 대상에

2024-10-07 13:00:29 게재

2번 유찰된 국세물납주식 팔아 3조7000억 확보 계획

매각 안 되면 ‘세수 구멍’ … 국유자산 헐값매각도 논란

임광현·강훈식 의원 제기

내년까지 3년 연속 대규모 세수부족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가 매각이 어려운 국세물납주식을 팔아 3조7000억원을 만들어내겠다며 세입예산에 포함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족한 세수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미매각될 경우 세수 축소로 이어져 세수부족현상을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민주당 임광현 의원은 7일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정부가 ‘2025년 세입예산’에 국세물납주식을 팔아 3조7441억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넣었다고 밝혔다.

국세물납주식 매각 대금 항목의 수입 예산 규모는 올해 533억5000만원에서 무려 70.2배가 늘어난 것으로 이는 정부가 고액의 물납주식 매각을 염두에 둔 조정으로 해석된다.

국세물납은 상속세 납부때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현금 대신 주식 등 법에서 정한 자산으로 세액을 대신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임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넥슨 창업주 일가의 물납으로 납부한 상속세는 엔엑스씨(NXC)의 비상장 주식 85만1968주로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신규 수탁 당시 평가액은 4조7149억원이었다.

이 주식은 지난해 12월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두 차례에 걸쳐 매각에 나섰지만 모두 유찰됐다. 정부가 보유한 엔엑스씨 지분율은 30.64%로 창업주 일가가 보유한 지분(67.67%)에 크게 못 미쳐 경영권 확보가 어려운데다 비상장 주식으로 거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넥슨과 엔엑스씨 등 관계사 법인과 대주주가 물납 주식을 되사오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지만 국유재산법상 특수관계인의 저가 매수 금지 규정에 따라 물납 당시 평가액 4조7000억원이상으로만 매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정부는 엔엑스씨 물납주식의 약 80%인 3조7000억원 가량이 내년에 현금화될 것이라는 가정으로 세입예산을 편성했다. 내년 물납주식 매각을 통해 충당할 재원 전체의 약 99% 를 차지하는 규모다. 만약 엔엑스씨 주식 매각에 실패할 경우 3조7000억원은 고스란히 ‘세수 구멍’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8월까지 매각된 물납주식은 총 193억원으로 올해 예산액 534 억원의 36.1%에 불과한 상황이다.

임 의원은 “물납주식 매각은 해당 물건이 금전으로 납부됐을 경우와 같은 세입을 확보하기 위해 매각가치를 극대화하는 구체적 방안이 필요한데 정부는 두 차례 유찰을 거쳐 성공보수 지출이 수반되는 수의계약을 통해 매각 주간사를 선정하려고 하고 있다”며 “2년간 85조원의 세수입이 결손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부실한 대규모 세입 계획이 추가적인 세수 손실로 이어질 우려가 크므로 이를 방지하고 재정수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해부터 국유 부동산을 대량 매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수 부족을 메우려는 헐값 매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 소속 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에서 받은 ‘국유부동산 입찰 매각 명세’ 자료를 보면 전국 국유재산 입찰 매각은 2021년 145건, 2022년 114건에서 지난해엔 349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7월말까지 322건을 팔아치웠다.

하지만 최근들어 감정평가액 대비 낙찰가가 크게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2021년엔 감정평가액이 165억500만원인 매각자산을 168억4200만원에 팔았고 2022년에도 낙찰가(179억7000만원)가 감정평가액(172억 6900만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낙찰가가 1208억2100만원으로 감정평가액(1343억 7000만원)을 밑돌았고 올해는 그 폭이 더 커졌다. 올해 7월까지 매각해 확보한 금액은 955억4900만원인데 감정평가액은 1266억6100만원이었다. 감정평가액 대비 낙찰가율이 75.4%에 그쳤다.

강 의원은 “부동산 불황기에도 정부가 국유재산을 대거 내다 파는 것은 극심한 세수 부족에 시달리기 때문”이라며 “세수펑크를 때우기 위한 국유재산 매각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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