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축’ 한꺼번에 이스라엘 공격
가자전쟁 1주기 하마스·후티·헤즈볼라 동시 공격 … 애도 분위기 속 포염
헤르조그 대통령은 국제사회를 향해 “역사의 흐름을 바꾸고 평화를 가져오고 이 지역에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을 지원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닫고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인질 가족 수백명은 예루살렘에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관저 앞으로 모여 시위를 벌였고, 저녁에는 희생자 가족들을 주축으로 한 추모 행사가 정부 행사와 별도로 열렸다. 정부가 이번 행사를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텔아비브의 야르콘 공원에서 열린 희생자 가족 행사는 약 4만명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안보 위협 때문에 참석자 규모를 제한하면서 대폭 축소된 규모로 진행됐다.
공격은 이날 오전부터 시작됐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쯤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발사체 5기가 날아오는 것이 포착돼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 중부 지역에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로켓 중 상당수가 이스라엘 중부에 떨어졌으며 이로 인해 2명이 경상을 입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또 오후 1시께 가자지구 북부에서 발사된 로켓 5발은 이스라엘군에 모두 격추됐다. 하마스의 군사조직 알카삼여단은 텔레그램 성명에서 “텔아비브 깊은 곳으로 M90 로켓을 일제히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하마스의 테러 행위에 강력한 힘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뒤 칸유니스의 로켓 발사원점을 폭격했다.
오후 5시 40분쯤에는 후티 반군이 쏜 것으로 추정되는 지대지미사일 1기가 예멘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날아왔다. 이 미사일은 이스라엘군에 격추됐지만 공습경보가 발령되면서 텔아비브에 다시 한번 사이렌이 울렸고 벤구리온 국제공항의 항공편 이착륙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날 헤즈볼라도 하이파, 티베리아스 등 이스라엘 북부 도시에서 로켓 총 135발을 쏘면서 공격해 이들 지역에서 약 10명이 다쳤다고 예루살렘포스트가 전했다.
이처럼 이스라엘 곳곳에서 열린 전쟁 1년 추모 행사와 시위는 경보 때문에 거듭 중단됐으며 참석한 시민들은 머리에 손을 올리고 방공호를 찾아 대피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가자 전쟁 1년을 맞은 이날 하마스 등이 대규모 공습을 감행해 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가자지구 전역에 걸쳐 로켓 발사대와 땅굴 시설을 선제 폭격했다.
또 지상전이 벌어지고 있는 레바논 남부 전선에도 91사단 병력을 추가로 투입하고 공세를 강화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의 라드완 특수부대, 미사일·로켓부대, 정보부대 등 헤즈볼라 주요 조직을 노려 120여개 목표물을 전투기로 공격했고 헤즈볼라 지도부가 있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 지역도 공습했다고 설명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대국민 영상 성명을 통해 “우리는 패배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조국을 수호하기 위해 함께 일어섰다”고 말했다. 또 “하마스의 통치를 타도하고 모든 인질을 돌려받는 것은 우리가 포기하지 않을 신성한 사명”이라며 “적이 우리 존재와 국가의 평화를 위협하는 한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각회의에서도 “이란의 ‘악의 축’에 선 적들에게 반격하는 것이 우리 안보의 필수 조건”이라며 “사악한 하마스 통치를 타도하고, 생존자와 사망자 등 모든 인질을 돌려받고, 가자지구의 위협을 막아내고, 남부와 북부 주민들을 안전하게 집으로 돌려보내는 목표를 달성하고 전쟁을 끝낼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군사작전에 붙은 명칭 ‘철검’(Iron Swords)을 ‘회복 전쟁’(Revival War)으로 바꿔 부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인질·실종자가족포럼은 성명을 통해 “인질들의 귀환 없이는 그 어떤 회복도 없을 것임을 총리에게 상기시켜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가 추가 확전이 아닌 휴전 협상에 적극 나서라는 주문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