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세수펑크에 또 지방교부금 대거 삭감할까
29.6조 세수 결손되면 10조원대 교부세 감소 전망
지방재정 타격 우려 … 올해 국감에서도 논란 여전
기재부 “유관기관과 협의” … 지자체는 “삭감 안돼”
야당은 세수결손이 생기더라도 당해연도에는 지방교부세를 삭감하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1일부터 이틀간 예정된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도 30조원대 세수결손 =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6일 ‘2024년 국세수입 재추계 결과’를 발표하며 올해 국세수입이 예산 367조3000억원 대비 29조6000억원의 세수결손을 예상했다.
재추계 결과 회계별로 일반회계는 327조2000억원으로 올해 예산(356조1000억원) 대비 28조9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특별회계는 10조5000억원으로 올해 11조2000억원의 예산 대비 7000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봤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지방교부세(금)은 국세수입과 연동돼 40% 가량인 11조~12조원 감소가 예상된다. 기재부는 지방교부세를 얼마나 조정할 지 여부에 대해 향후 행정안전부, 교육부, 국회 등과 협의를 거친 뒤 정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정부는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여유자금 20조원을 활용, 세수 결손을 메우는 데 사용했다. 하지만 활율시장 변동이 커진 올해는 외평기금 여유가 없다. 또 정부는 감액추경을 통해 지출을 줄이거나 국채발행한도를 높이는 방안도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지방교부세 삭감이 남은 카드인 셈이다.
◆지자체와 협의하겠다지만 = 당장 올해 72조4473억원으로 책정된 지방교부세와 68조9000억원을 배정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대폭 감액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감액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지방교부세는 64조~65조원 수준으로 하락할 수 있고 교육교부금은 5조3000억원 내외 감액 조정이 유력하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2년 연속 지방교부세 미지급이 현실화되면 지방 재정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지방교부세 감액으로 일부 지자체는 비상금을 꺼내고 추진하던 사업을 중단했는데 올해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선 지방교부세 삭감 여부가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특히 민주당은 정부를 상대로 재정청문회를 열고 세수 결손이 발생하더라도 지방교부세 감액을 하지 못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지방교부세가 삭감되면서 지방정부의 사업이 대폭 축소되거나 일부는 폐지되면서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공문도 없이 교부세 삭감” = 지자체들의 반발도 크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72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보통교부세 제도 개선 의견 조사’에서 응답한 83개 지자체 중 74곳이 당해연도 보통교부세 감액 금지에 찬성했다.
용 의원은 “세수 재추계 결과만으로 예산 편성된 보통교부세를 당해연도에 삭감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이번 의견조사를 바탕으로 보통교부세 당해연도 감액을 금지하는 지방교부세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가 지난해 세수 결손 여파로 18조6000억원 규모의 지방교부세·교부금을 불용 처리하면서도 관련 회의자료나 공문 등을 남기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일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인천 연수을)은 “교부세 감액과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와 주고받은 자료제출을 요구했지만 기재부로부터 ‘관계부처 간 협의는 비공식적으로 이뤄졌으며, 공문 및 회의록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기재부가 국회가 의결한 예산을 관련 회의 자료나 공문서 등 법적 효력을 지닌 공식 문서도 없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지방교부세·교부금을 일방적으로 불용 처리한 것”이라며 “기재부가 지난 2월 보도설명자료와 달리 허위 사실을 공표했을 경우 고발 조치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