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친한 세싸움…국감 뒤 판가름 주목
윤-한 갈등 정점 찍고 세력싸움으로 확산
친한 20여명 결집 … 친윤 50명 안팎 추산
국정감사 이후 범윤·중립의원 ‘선택’ 촉각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이 정점으로 치달은 뒤 이제는 양쪽의 세력 대결로 2라운드를 맞는 모습이다. 친윤과 친한으로 갈려 세싸움 양상을 빚는 것이다. 세싸움 결과에 따라 국정주도권도 한쪽으로 쏠릴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7일 원외 당협위원장 90여명과 만나 소통했다. 원외 당협위원장들을 우군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한 대표는 전날에는 친한(한동훈) 의원 20여명과 식사했다. 7.23 전당대회 이후 친한계의 첫 세력 과시로 보였다.
한 대표는 비대위원장 시절부터 윤 대통령과 수차례 의견 충돌을 빚었지만, 그때마다 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묵살하면서 아무런 성과 없이 시간을 보냈다. 한 대표 개인 힘만으로는 윤 대통령의 ‘권력’을 넘어설 수 없었다. 대통령실과 친윤 의원들을 업은 윤 대통령이 무시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었다. 한 대표로선 윤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는 ‘세’가 절실했다. 한 대표가 이틀 연속 ‘식사 정치’에 나선 건 자신만의 ‘세’를 만들어 윤 대통령 ‘기’를 꺾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8일 현재 친한 의원은 20여명으로 분류된다. 7.23 전당대회 당시 한 대표를 도왔던 이들이 대부분이다. 대표 취임 이후 석 달 동안 별로 늘지 않았다.
친한 의원은 “윤 대통령의 권력이 아직 살아있다고 보기 때문에 범윤이나 중립지대 의원들이 한쪽 편을 들지 않고 눈치만 보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에서 눈치 보는 의원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어 친한 의원이 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윤 의원들은 22대 총선 이후 상대적으로 잠잠한 모습이다. 원조 윤핵관 권성동 의원은 7일 친한 모임에 대해 “노골적으로 광고하며 모임 하는 걸 본 적 없다”며 날을 세웠지만, 친윤에서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친윤은 윤석열정권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 30여명이 ‘민들레’ 모임을 만들어 결집했다. 2022년 12월에는 70여명이 참여한 ‘국민공감’을 만들어 당내 최대계파로 위세를 과시했다. 22대 총선에서는 ‘국민공감’ 소속 의원 상당수가 낙천·낙선하면서 현재 현역인 ‘국민공감’ 출신은 30여명으로 집계된다. 그나마 이중 일부 의원은 친한으로 갈아탔기 때문에 ‘국민공감’ 깃발에 남아있는 친윤 의원은 25명 전후로 추산된다.
이밖에 22대 총선을 통해 금배지를 단 친윤 의원이 상당수 꼽힌다. 대통령실 출신인 김은혜 강승규 강명구 박성훈 안상훈 임종득 조지연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결국 친윤은 광범위하게 보면 50명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친한 생각은 다르다. 친한 박정훈 의원은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친윤계라는 게 사실은 한 20~30명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스코어’만으로는 친윤과 친한의 ‘세’가 엇비슷하다는 주장이다.
당내에서는 10월 국정감사가 세싸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친윤과 친한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눈치 보는 의원들이 국감 이후에는 ‘입장’을 정하면서 세가 특정계파로 확연하게 기울 것이란 얘기다.
친한 의원은 “국감에서 윤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공세가 쏟아지고, 이에 대한 해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의원들도 ‘더 이상 우리가 커버(방어) 쳐 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결국 범윤이나 중립지대 의원들이 한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범윤이나 중립지대 의원들이 친한으로 쏠리면서 친한이 명실상부 최대계파로 부각돼 팽팽하던 윤-한 갈등도 종지부를 찍지 않겠냐는 기대다.
반면 친윤에서는 친한계 기대대로 정국이 흘러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한 대표의 ‘차별화 행보’가 윤석열정권의 실패를 초래할 것으로 걱정하는 의원들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한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보는 것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