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싱가포르 총리 “글로벌 공급망 위기 공동 대처”
윤 대통령 “싱, 반세기 동반자이자 미래 개척 핵심파트너”
웡 총리, ‘51년 리콴유 가문’ 막 내리고 새 리더십으로 주목
한국과 싱가포르가 각종 원자재와 에너지자원 등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공동 대처하기로 했다. 공급망 교란 시 글로벌 물류 허브인 싱가포르의 정보력을 활용한 빠른 대처가 기대된다. 싱가포르를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로렌스 웡 총리와 정상회담 후 ‘공급망 파트너십 약정’ 체결 등의 성과를 알렸다. 양국 수교 5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웡 총리와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새로운 50년을 준비해 나가기 위한 첫 걸음으로 내년에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양국은 각종 분야에서 공조를 강화한다. 윤 대통령은 “점증하는 국제 경제의 불안정성에 대응해 전략물자의 공급망과 에너지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면서 “이번에 체결된 양국 간 공급망 파트너십 약정을 기초로 바이오, 에너지, 첨단산업 분야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공급망 교란에도 함께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춘섭 경제수석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이번에 체결한 공급망 파트너십 약정(SCPA)은 다자협정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공급망 협정을 양자 차원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이라면서 “싱가포르가 첫 번째 체결국”이라고 설명했다. 박 수석은 “특히 양국간 ‘공급망 위기대응 시스템’을 공유해 공급망 교란 징후를 포착하면 상호간 신속히 통보하며, 공급망 교란 발생 시에는 5일 내 긴급회의를 개최해 공동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이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싱가포르가 중계무역 중심 국가로 (공급망 관련) 정보력(이 강하고), 대체 수급자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갖고 있다”면서 “과거 요소수 대란이 있지 않았느냐. 그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 같이 대응하자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액화천연가스(LNG) 분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필요시 LNG 재고 물량을 교환하는 LNG스왑, 공동구매, 정보교환 등 LNG 공급망 전반의 협력을 약속했다. 박 수석은 “국내 천연가스 수급을 안정시키는 한편, LNG 도입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AI(인공지능)를 포함한 첨단기술과 스타트업 분야 협력을 위해 ‘기술협력 MOU’와 ‘스타트업 협력 MOU’도 체결됐다.
양 정상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도 공동 메시지를 냈다. “북한의 불법적인 핵 개발과 무모한 도발을 국제사회가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면서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 계기에 국제사회의 분명하고 단합된 대북 메시지가 발산될 수 있도록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싱가포르를 새롭게 이끌어갈 차세대 총리와 인적 네트워크를 조기에 구축한다는 의미도 있다. 지난 5월 취임한 웡 신임 총리는 20년 만의 리더십 교체라는 점, ‘리콴유 가문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점에서 국제적 관심을 모았다. 싱가포르의 국부로 불리는 리콴유 초대 총리는 31년(1959~1990년), 그의 장남 리센룽 총리는 20년(2004~2024년) 간 정권을 잡아왔다.
윤 대통령은 자원 부족 등의 불리한 여건을 가진 양국의 공통점을 언급하며 “한국에게 있어 싱가포르는 지난 반 세기 동안 국가 발전을 위해 함께 뛰어온 동반자이자 앞으로의 미래를 함께 개척해 나갈 핵심 파트너”라면서 “내년 양국 수교 50주년을 내실있게 준비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스트레이츠 타임즈’ 인터뷰에서 국내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여소야대 정국과 낮은 지지율이 개혁의 장애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혁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있는 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국민을 믿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의 힘으로 국민이 원하는 개혁을 해나가면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의료개혁 관련 의료계의 반발에 대해서는 “필수 의료에 대한 보상을 높이고, 의료 사고로 인한 의사의 법적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김형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