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집값 언제 더 올랐나’ 또 통계 싸움만
윤석열정부 들어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또 다시 “전 정권 때 더 올랐다”는 식의 내로남불 고질병이 도졌다.
국토교통부는 6일 공동주택 매매가격이 윤석열정부 출범 후 2년간(2022년 5월~2024년 5월) 서울 9.8%, 수도권은 13.4% 하락한 반면 문재인정부 첫 2년간(2017년 5월~2019년 5월) 서울 20.8%, 수도권 7.7% 상승했다는 자료를 내놓았다. 윤석열정부 2년간 공동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이 문재인정부 때보다 높다는 언론보도에 대한 해명자료다.
국토교통부의 자료를 보면 KB부동산 등 민간통계까지 인용해 문재인정부와 차이점을 비교하고 있다. KB매매가격 변동률은 윤석열정부 초기 2년 5.7% 내렸지만 문재인정부 초기 2년은 14.2%, 후기 2년은 23.7% 올랐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같은 대응은 과거 정부에서도 반복돼왔다. 3~4년 전 문재인정부 국토교통부는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인용, 박근혜정부와 비교해 전국 집값 상승률은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간조사기관이나 시민단체에서조차 믿을 수 없는 통계라고 반발했고 윤석열정부가 들어서면서 통계조작 수사가 시작됐다. 결국 문재인정부 당시 집값 통계를 125번 조작한 혐의로 국토교통부 고위직 간부 등 11명이 기소됐다. 말하자면 윤석열정부나 문재인정부나 도긴개긴인 셈이다.
국민들은 이제 정부의 집값 통계를 더 이상 믿지 않는다. 정부통계나 민간통계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한국부동산원 지수로는 30%에 불과한데 KB국민은행지수는 60%, 부동산R114나 국토부 실거래가지수로는 100%로 심각한 격차가 있다.
재건축조합은 재건축부담금 산정 기준이 되는 정부 통계자료를 수용할 수 없다고 한다. 재건축부담금은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한 재건축 전후의 시세차익 관련 비용과 정상적인 가격 상승분을 제외한 금액으로 산정하는데 정부의 자료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종부세 폐지를 추진하면서 내놓은 집값 통계도 신뢰를 잃었다.
특히 국민들 대다수가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다고 믿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에 더 올랐다는 식의 정부 발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19로 전월 대비 1포인트 상승했다. 2021년 10월 이후 2년11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는 고강도 대출 규제에도 집값 기대심리가 꺾이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소비자들은 이미 집값이 올랐고 앞으로도 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정부만 안정세라고 주장하는 꼴이다.
김성배 산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