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네타냐후 통화했지만 해법 난망

2024-10-10 13:00:04 게재

미 “외교 가동해야” 압박 … 이스라엘 국방 “이란에 대한 공격 놀라울 것”

일촉즉발의 위기 국면인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9일(현지시간) 전화 협의를 갖고 중동의 얽힌 실타래를 푸는 방안을 논의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 폭주로 중동정세가 일촉즉발의 위기에 접어든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9일(현지시간) 전화 협의를 통해 현안을 논의했다. 내달 대선을 앞둔 미국은 이스라엘에 외교적 해법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강공기조를 바꿀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백악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이 참여한 가운데 전화통화를 갖고 이스라엘-이란 갈등과 이스라엘-헤즈볼라(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충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가자전쟁)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에서 이스라엘 방어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공약을 재확인하면서 지난 1일 이란이 이스라엘을 탄도 미사일로 공격한 데 대해 명확히 규탄했다. 또 이스라엘-헤즈볼라 충돌과 관련, 국경 지역의 레바논과 이스라엘 민간인들이 모두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외교적 합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바이든은 헤즈볼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이스라엘의 권리를 확인하는 동시에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등에서 민간인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두 정상은 가자전쟁과 관련, 하마스에 붙잡혀 있는 인질들을 석방시키기 위한 외교를 재개할 시급한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으며, 향후 수일간 직접 또는 국가안보팀을 통해 긴밀한 소통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다만 백악관은 이스라엘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대이란 보복 공격에 대해서는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소개하지 않았다. 대선을 앞둔 미국 입장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비화하는 상황이 매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통화가 약 30분간 진행됐으며, “직설적(direct)이고 생산적”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반응은 전혀 다르다. 이날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란에 대한 강력한 보복을 언급했다고 와이넷, 예루살렘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갈란트 장관은 이날 오후 이스라엘군 군사정보국 산하 9900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란의 공습은 공격적이었지만 부정확했다”며 “누구든 우리를 공격하는 이는 상처입고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의 공격은 치명적이고 정확하고 무엇보다도 놀라울 것”이라며 “이란은 결과를 보고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갈란트 장관은 이란 공격 계획과 관련해 “모든 지휘계통이 일사불란하게 이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갈란트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가 전화로 통화한 직후에 나온 것으로 외교적 해법보다는 두 정상이 이스라엘의 향후 보복 공격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와는 별개로 최근 갈란트 장관의 미국 방문이 전격 취소된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독자노선을 고집하는 네타냐후 대신 상대적으로 합리적으로 평가받는 갈란트 장관과의 소통을 선호해왔다. 갈란트 장관은 미국을 방문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회담할 예정이었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이를 무산시키면서 방문 하루 전에 취소 통보를 했다. 예정에 없던 급박한 변경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타임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네타냐후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승인할 때까지 갈란트의 미국 방문을 허락할 수 없다고 어깃장을 놓았고, 결국 갈란트 장관의 방미가 출발 직전 무산됐다. 그 뒤 곧바로 바이든과 네타냐후의 전화통화가 이뤄졌고, 갈란트의 이란 보복 언급이 뒤따른 것은 결국 이번에도 네타냐후의 몽니가 통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미국 현지언론들은 네타냐후가 미국 대선과 임기말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 공백 상황을 교묘히 이용하면서 미국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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