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피뎀 최다 처방자, 34개 병원 1만개약 쇼핑
13개 병원서 ADHD치료제 8천개 처방 환자도 … “마약류 투약이력·폐업기관 관리 강화해야”
졸피뎀 최다 처방한 환자가 34개 병원으로 돌며 1만개를 쇼핑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13개 병원에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치료제를 8000개 처방받은 환자도 나왔다. 그리고 최근 5년간 폐업한 의료기관에서 처리현황이 확인되지 않은 마약류가 280만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마약류에 대한 투약이력 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진숙의원(더불어민주당·광주북구)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ADHD 치료제(성분명: 메틸페니데이트)는 상위 20명이 52곳 의료기관에서 1인당 평균 5658개 약을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ADHD치료제를 처방받은 전체 환자의 평균 처방량(260.5개) 대비 약 22배 수준이다.
수면진정제 성분인 졸피뎀은 상위 20명이 104곳 의료기관에서 1인당 평균 5315개 약을 처방받았다. 2023년 졸피뎀을 처방받은 전체 환자가 받은 평균 처방량(88.3개) 대비 약 60배 수준이다.
식욕억제제는 상위 20명이 70곳 의료기관을 방문해 1인당 평균 4950개의 약을 처방받았다. 2023년 식욕억제제 처방받은 전체 환자 평균 처방량(198.4개)의 약 25배 수준이다.
식욕억제제 ADHD치료제 졸피뎀 성분의 2023년 처방량 상위 20인 중 38.3%는 3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돌아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마약류 성분별로 살펴보면, ADHD 치료제 처방 상위 20명 중 6명, 졸피뎀 처방 상위 20명 중 7명, 식욕억제제 처방 상위 20명 중 10명이 3곳 이상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0곳 이상 의료기관을 방문한 환자도 3명이나 있었다.
가장 많은 의료기관을 돌아다닌 상위 5명의 상세 현황을 보면, 최다환자는 34곳 의료기관서 465번에 걸쳐 총 1만1207개 졸피뎀을, 그 다음 환자는 32곳 의료기관에서 139번에 걸쳐 3619개 졸피뎀을, 세번째 환자는 13곳 의료기관에서 54번에 걸쳐 8658개 ADHD 치료제를 처방받았다.
이처럼 여러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받는 환자들을 사전에 예방하려면, 마약류를 처방하는 의사가 환자의 과거 투약이력을 신속하게 확인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전 의원실이 식약처에 확인한 결과, 의사가 의료기관의 처방 소프트웨어에서 실시간으로 마약류 투약내역을 확인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는 펜타닐(진통제) 성분에 국한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의원은 “여러 의료기관을 방문해 처방받는 환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졸피뎀의 경우 이른바 ‘데이트 강간 약물’로 악용되는 사례도 많아 범죄 악용이 우려된다.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마약류 처방 전 투약이력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5년간 폐업한 의료기관에서 처리현황이 확인되지 않은 마약류가 280만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보윤 의원(국민의힘·비례)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폐업 의료기관 마약류 관리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폐업 의료기관의 미처리 마약류가 총 282만8659개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감사원은 ‘마약류 관리실태’ 감사를 통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폐업한 의료기관 920개소에서 174만개의 마약류 재고가 확인됐다. 이 중 131만개는 마약류 양도·폐기한 수량을 미입력하거나 구입수량을 과다 입력한 사례였다. 35만개는 처리 사실을 확인할 수 없어 수사의뢰됐다. 8만개는 마약류취급자 사망, 재고량 소량 등으로 종결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감사원 지적 이후에도 2023년 한 해 동안에만 폐업한 의료기관 160개소에서 108만개의 마약류 재고가 새롭게 확인됐다. 이 중 10만개는 양도·폐기한 수량 미입력 사례로 확인됐고 97만개는 지자체 수사의뢰 대상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성분별로 살펴보면 향정신성의약품이 약 280만개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항불안제인 디아제팜이 약 183만개로 가장 많았다. 알프라졸람 약 16만개, 수면진정제인 졸피뎀이 약 10만개 순이었다. 마약성 진통제의 경우 펜타닐 옥시코돈 등 총 약 3만여 개가 처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 의원은 “폐업 의료기관의 미처리 마약류가 불법 유통될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의료기관 폐업 시 마약류 관리를 의무화하는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는 관내 폐업 의료기관의 마약류 재고관리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폐업 신고 단계부터 마약류 처리 완료 시까지 철저한 관리감독을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규철 이명환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