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산 사태’ 구영배 구속 갈림길
티몬 류광진·위메프 류화현 대표도 잇따라 구속심사
특경법상 사기·횡령·배임 혐의 적용 … 10일중 결론
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된 구영배 큐텐 그룹 대표와 계열사 경영진이 구속 기로에 놓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0일 오전 구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잇따라 열고 구속 필요성을 심리하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티몬·위메프 사태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부장검사)은 지난 4일 구 대표와 류광진·류화현 대표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배임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이들은 정산대금을 제대로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을 인식하고도 판매자들을 속이고 돌려막기식으로 영업을 지속해 1조5950억원 상당의 물품 판매 대금 등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또 티몬과 위메프 상품을 큐익스프레스에서 판매하게 하는 등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티몬과 위메프에 692억원의 손해를 입히고, 미국 전자상거래 회사 ‘위시’ 인수 대금 등으로 티몬·위메프 자금 671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적용됐다.
이들은 2022년말 기준 5000여억원에 달한 미정산 금액을 460억원으로 축소해 금융감독원에 허위보고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티몬·위메프의 대금 미정산 사태로 피해자가 속출하자 지난 7월말 전담 수사팀을 구성하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8월 1일 구 대표의 주거지와 큐텐·티몬·위메프 사옥 등 10곳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같은 달 26일에는 김효종 큐텐테크놀로지 대표 등 큐텐그룹 경영진 4명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또 지난달 19~20일 류광진, 류화현 대표를 소환조사한 데 이어 지난달 30일과 이달 2일에는 구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무리한 계열사 인수로 외관상 합법적인 자금 착취 구조를 만들고 ‘쥐어짜기식’ 경영을 한 데서 비롯됐다는 수사 결과를 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구 대표가 티몬과 위메프 등을 인수한 것은 경영개선과 기업존속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이들 회사의 자금을 끌어쓰고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에 일감을 몰아줘 나스닥 상장에 필요한 매출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큐익스프레스가 나스닥 상장에 실패하자 구 대표가 큐텐의 존속과 큐익스프레스의 매출 증대를 위해 티몬과 위메프 등을 인수하고 쥐어짜는 방식으로 큐텐의 운영자금을 마련해왔다는 것이다.
검찰은 구 대표가 티몬과 위메프의 재무회계 조직을 큐텐테크로 통합한 뒤 서비스계약을 체결해 IT업무와 재무회계 업무 수수료를 큐텐으로 지급받는 외관상 합법적인 ‘자금 착취 구조’를 만든 뒤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 정산 대금과 수익금 등을 빼돌렸다고 봤다. 또 티몬·위메프 상품을 큐익스프레스에서 판매하도록 하는 등 일감을 몰아줘 티몬에 603억원, 위메프에 89억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파악했다.
티몬·위메프 경영진은 이미 1~2년 전부터 지급 불능 위기 징후를 인지했지만 돌려막기식으로 영업을 지속하면서 판매대금으로 큐텐과 큐익스프레스에 자금을 공급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구 대표는 지난해 10월 티몬·위메프의 상품권 대금 정산이 지연되자 큐텐 재무본부장으로부터 어려운 자금 사정을 보고받고도 상품권 할인 판매를 계속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도 구 대표 등은 미국 전자상거래 회사 ‘위시’를 인수하기로 하고 티몬과 위메프의 공격적인 상품권 판매를 통해 5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 대표는 이날 영장심사를 위해 법원에 출석하면서 ‘미정산 사태를 언제부터 인지했느냐’는 질문에 “사건이 발생하고 알았다”고 밝혔다. ‘정산 대금 편취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도 “그렇지 않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구 대표와 류광진·류화현 대표의 구속 여부는 이날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