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경희대 글로벌미래교육원 학점은행 대거취소는 부당”
법원 “학사관리위탁 금지규정 없어”
수업을 들으면 학점을 인정하는 이른바 ‘학점은행제’의 학사관리업무 일부를 위탁한 경희대 평생교육원에 대해 교육부가 학점인정을 대거 취소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학점인정법령이 학습자모집을 위탁하는 행위만 금지할 뿐, 다른 학사관리업무는 금지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부(양상윤 부장판사)는 학교법인 경희학원이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낸 ‘평가인정 취소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교육부는 2021년 6월 경희대 글로벌미래교육원이 66개 학습과정에 대한 평가(학점)인정을 신청하자 2022년 3월 1일부터 2026년 2월 28일까지를 유효기한으로 평가인정을 했다.
이후 교육부는 지난 2023년 5월 30일, 이 66개 과정에 대해 취소조치를 했다. 아울러 3년간 평가인정 신청제한 처분도 했다. 경희대가 위탁업무·업무담당 인력 등을 누락한 허위신청서를 제출했다는 이유였다. 이는 당시 전체 평가인정 과정(200여개)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그런데 경희대는 2019년 태스크포스를 결성해 2012년부터 학습자 모집 및 학사관리전반을 외부업체에 위탁해 온 문제점 개선에 나섰다. 또 2020년 5월 교육부 종합감사 이후부터는 학습자모집 업무는 직접 수행하고, 학생서비스 지원 업무만 위탁했다.
법원은 “교육훈련기관이 반드시 모든 학사관리업무를 직접 수행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며 경희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교육기관이 사실상 그 명의만 대여하고 실질적으로는 대행업체가 대부분의 학사관리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를 위법으로 보아야 한다”며 “학사관리 일부 업무를 위탁했더라도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학점인정법(5조)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평가인정을 받은 경우에는 평가인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정한다.
이어 “교육훈련기관이 다른 대행업체와 학사관리 업무에 관한 위탁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평가인정을 받은 경우’라고 볼 것은 아니다”면서 “교육부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위탁 용역 계약서 이외에 다른 인적·물적 자료들을 적극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