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정권 명운 걸린 형국” 명태균 이슈 파상 공세

2024-10-10 13:00:03 게재

박찬대 “대통령실, 노골적인 협박 왜 가만히 두나”

여당 “정치 브로커” 선긋기 … 석연찮은 해명에 논란

윤석열 대통령 내외와 친분이 있는 명태균씨 문제가 국정감사 초반 최대 이슈로 부각되는 양상이다. 민주당이 명씨를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핵심인물로 지목한데 이어 비선실세로 규정하고 ‘제2 국정농단 사태’를 주장하고 나섰다. 국정감사 기간에 명씨를 불러내 진실을 밝혀내고 책임을 묻겠다고 파상공세를 예고했다.

여당은 “정치 브로커”의 신빙성 없는 주장쯤으로 선을 긋고 있지만 명씨 본인과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했던 인사들의 추가 폭로가 이어지면서 논란을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 핵심인물인 명태균씨 혀끝에 윤석열정권의 명운이 걸려있는 형국”이라며 “2022년 대선 여론조사 무상제공의 대가로 재보선 공천을 받았다는 폭로가 사실이라면 제2의 국정농단 사태”라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실의 해명을 고려하면) 명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 노골적 협박과 명예훼손을 왜 가만히 두는지 의문”이라며 “명씨가 비선실세가 맞기 때문 아니냐”고 말했다.

박성준 원내수석은 “비선실세를 두고 의혹이 드러날까봐 감추려고 권력을 총동원하는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라며 “윤 대통령 부부와 명씨의 끈끈한 관계가 부정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대통령을 협박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명씨를) 소환해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국정감사에서 명태균을 불러내 진실을 밝혀내고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번 국정감사 기간 명씨가 윤 대통령 내외와의 관계에 대한 언급 등을 ‘국정 농단’의 고리로 지목하고 파상공세를 벌일 계획이다. 한민수 대변인은 9일 명씨의 언론인터뷰 등을 들며 “대체 윤 대통령 부부는 명씨와 무슨 일을 했나”라며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도 경천동지할 일인데 (명씨는) 이것이 20분의 1도 안 된다고 하니 상상조차 하기 두렵다”고 말했다. 이어 “왜 선출되지 않은 권력들의 국정농단으로 국민이 고통받아야 하나”라며 “명씨와 김 여사가 도대체 어디까지 개입해 국정을 농단했는지, 더 늦기 전에 모두 자백하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명씨의 발언에 대한 대통령실의 미온적인 대응도 공천 개입 등의 의혹을 더 짙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혜련 의원은 9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나와 “명씨의 발언에 대한 대통령실의 반응이 정말 ‘드라이’하다”며 “그간 무슨 일만 있으면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뉴스가 많았는데, 이 사안은 격노에 격노를 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박성준 원내수석 부대표도 10일 “드러난 문자와 해명 등을 종합하면 (지난 대선 당시) 명씨는 윤 후보의 대리인이고 중재자였다”면서 “(그게 아니라면) 브로커가 협박을 해도 지켜만 보느냐”고 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대통령실이 검찰을 ‘김건희 방탄용’으로 쓰고 있는 상황에서 김건희 특검 만이 (진실을 밝힐)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 무산 이후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설특검의 정당성이 추가됐다는 입장이다.

여권은 명씨를 ‘정치 거간꾼·브로커’ 등으로 평가 절하하며 선을 긋고 나섰다.

한동훈 대표는 9일 부산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수 유력 정치인이 정치 브로커에 휘둘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국민들이 한심하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정치 브로커가 감히 자기에게 어쩌겠냐고 말도 하던데, 말이 되는 소리인가”라고 비판했다. 한 대표의 측근인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채널A 유튜브 채널에서 명씨에 대해 “이 사람의 정체는 정치 거간꾼”이라고 규정했고, 추경호 원내대표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명씨가 주장하는) 일방적 이야기들이 알려지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신빙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 않다”고 했다.

추가적인 확산을 막기 위한 의도적인 차단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명씨 관련 논란에 일체 공식 대응을 않던 대통령실이 지난 8일 내놓은 입장은 거짓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윤 대통령과 명씨 관계 말고 김 여사와 명씨 관계에 대해선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은 점도 석연찮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날 대변인실 명의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한 뒤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인 2021년 7월 초 자택을 찾아온 국민의힘 고위당직자가 명씨를 데리고 와 처음으로 보게 됐다”며 “얼마 후 역시 자택을 방문한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씨를 데려와 두 번째 만남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또 “경선 막바지쯤 명씨가 대통령의 지역 유세장에 찾아온 것을 본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씨와 거리를 두도록 조언했다”며 “이후 대통령은 명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명씨와 만남 횟수를 2번으로 제한한 것이다.

대통령실 입장문에서 명씨를 데려온 고위당직자로 지명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 의원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대통령실 해명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명씨와 김 여사가 사적인 대화를 주고받은 것을 직접 봤다”고 말했다.

명씨와 여권 관련 인사 등의 추가 폭로와 언급이 이어지고 있어 이슈 확산이 불가피할 조짐이다. 야당이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요청한 김영선 전 의원, 명태균씨, 김대남 전 서울보증 감사위원 등은 국회에 나오지 않고 있지만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를 지낸 강혜경 증인은 21일 법사위에 출석할 예정이다.

이명환 박소원 김형선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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