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GBI(세계국채지수) 편입으로 국고채 금리 하락·원화 절상 기대
내년 역대 최대 국고채 발행 부담 일부 상쇄할 듯
75조~90조원 자금유입 … 외국인 사전 매수 전망
한국이 세계 3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성공하면서 국고채 금리 하락과 원화 절상이 기대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향후 국고채 금리가 0.3~0.5%p 하락하는 효과가 기대되면서 내년 역대 최대 물량을 국고채 발행에 따른 채권시장의 부담을 일부 상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외환시장에서는 국채 투자를 위한 원화 수요가 증가하면서 원화 가치가 절상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WGBI 지수 편입에 따른 자금 유입 규모는 560억~670억달러(75조~90조원)로 전망되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사전 유입 가능성도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채권 9번째 투자처 =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채권 전문가들은 한국의 WGBI 편입에 따라 국고채 금리가 중장기적으로 0.5%p 안팎으로 하락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입을 모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한국시간으로 전일 오전 한국을 WGBI에 편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2년 9월 WGBI 관찰대상국에 이름을 올린 지 2년 만이다. 실제 편입은 1년 간의 유예 기간을 걸쳐 내년 11월이 될 것이다. WGBI는 블룸버그·바클레이즈 글로벌 종합지수, JP모건 신흥국 국채지수와 함께 세계 3대 채권지수로 연기금을 비롯한 글로벌 투자자들이 벤치마크로 활용하는 핵심 지수다.
FTSE 러셀에 따르면 10월 기준 우리나라의 편입 비중은 2.22%다. 우리나라까지 26개 편입국가를 기준으로, 미국(40.4%)·일본(10.2%)·중국(9.7%)·프랑스(6.7%)·이탈리아(6.0%)·독일(5.2%)·영국(4.8%)·스페인(4.0%)에 이어 9번째 규모에 해당한다. 전 세계 WGBI 추종자금이 2.5조~3.0조달러로 추정되는 가운데 2.2%의 한국 비중을 감안하면 한국으로 자금 유입 규모는 560억~670억달러(75조~90조원)로 전망된다. 다만 지수 편입과정에서 국고채 50년물은 낮은 유동성 및 거래 규모 등을 고려해 제외됐다.
이번 WGBI 지수 편입 결정은 채권 시장에 분명한 호재라는 평가다. 국고채 금리 안정, 외국인들의 원화채권 매수심리 회복으로 인한 자금 유입, 외환 수급 개선에 따른 환율 안정 등 국내 주식시장 측면에서도 중장기적 수급 안정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채권 전문가들은 WGBI 지수 편입으로 인한 금리 하락 (채권 강세) 영향에 주목했다. 기획재정부도 전일 WGBI 편입에 따라 500~600억달러의 국채 자금이 유입될 경우 단기물과 장기물의 금리가 0.2~0.6%p 내려가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0.07~0.10%p 하락, 장기적으로는 0.17~0.30%p 하락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향후 2년에 걸쳐 10년물 국채 금리가 0.52%p 하락하는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와 멕시코, 편입 전부터 자금 유입 급증 = WGBI 편입 결정으로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원화채권 매수심리 회복 여부다. 말레이시아와 멕시코 등 해외사례를 고려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사전 유입 가능성도 충분하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2007년 7월 WGBI 편입에 성공했으며, 편입 직전 6개월 25억달러가 사전적으로 유입됐다. 멕시코 역시 2010년 10월 WGBI에 편입되었으나 편입 6개월 전부터 외국인 투자 비중이 빠르게 상승하는 것이 확인됐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역시 이번 편입 결정과 관련해 사전적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유입이 일부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10월 이후 국채선물 시장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확대된 순매도세가 진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올해 외국인 투자자는 한미 금리 동조화 기대 등을 배경으로 국내 국채선물 투자를 전례 없이 크게 늘리며 5월 이후 9월까지 3년 국채선물은 23만 계약(장기평균 9.9만 계약), 10년 국채선물은 15만 계약(장기평균 5.2만 계약) 누적 순매수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10월 들어 미국 국채시장 약세 등으로 순매도세로 빠르게 전환하며 선물시장 뿐만 아니라 현물시장 약세에도 영향을 주는 상황이다.
◆내년 국고채 발행 충격 진정에 도움 = 외국인들의 채권시장 자금 유입 원활히 진행된다면 내년 역대 최대로 발행되는 국고채 시장 충격 이슈도 일부 상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말 2025년 정부 예산안이 발표되었을 때 국고채 발행 규모가 201조3000억원으로 발표되면서 채권시장에서는 당일 금리가 0.07%p 가량 급등한 바 있다.
김상훈 연구원은 “내년 국고채 발행 규모가 발표됐던 당시 금리 급등 폭이 7bp가량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최근 시장에) 7~10bp 정도 일시 하락 룸(여력)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전 거래일 장 막판에 0.02%p가량 강세 전환 마감한 점을 감안하면 이날 채권 금리는 5~8bp가량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 또한 “실제 자금 집행은 2025년 말부터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나, 관련 자금이 이전부터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국채 수급 공백을 일부 외국인을 통해 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내년 2025년 국채 순증 규모가 84조원, 총 발행량이 201조3000억원로 예상되는 가운데, 월 평균 16조원이 발행 물량으로 나올 예정이다. 올해 발행량 158조4000억원의 월 평균 발행규모가 13조2000억원인데, WGBI 편입으로 외국인이 월 평균 2~6조원 가량 유입된다면 국고 발행 순증 확대 물량에 대한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원화의 변동성 완화 및 안전판 역할 = WGBI 편입은 원화의 변동성 완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외환시장에서는 WGBI 편입으로 원화 가치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 “WGBI 편입에 따른 신규 채권자금 유입은 민간부문 장기성향 투자자금 위주로 진행될 것”이라며 “지수 편입에 따른 환율효과는 과거 단기 재정거래 및 중앙은행 등 공적자금 위주의 채권 자금 유입과 달리 금리상승 압력 완화 및 원달러 환율의 급등 제한 등 금융시장 안전성 제고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2년에 걸쳐 4% 전후의 원화 절상 효과를 예상했다.
김영숙·성홍식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