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세금감면 45% 증가할 때 대기업은 157% 늘어

2024-10-10 13:00:04 게재

중·저소득층은 39% 늘 때 고소득층은 61% 확대

국세 수입 증가율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세금감면

“부자감세 늘리면서 3년 연속 감면 법정한도 어겨”

정부가 깎아주는 세금의 증가속도가 세수 확대 속도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그러다보니 내년에 깎아줄 세금의 규모가 78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문제는 깎아준 세금이 주로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쏠리면서 세금혜택의 소득재분배 역할과 반대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10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도 조세지출 예산서’에 따르면 내년 국세감면액은 기업 실적 회복에 따른 통합투자세액공제 증가 등으로 올해 대비 6조6000억원 증가한 78조원으로 전망된다. 2020년 52조9000원, 2022년 63조5000억원, 2023년 69조8000억원에서 올해는 71조4000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했으며 내년엔 증가속도를 더 높일 것이라는 얘기다.

한 해 걷어야 할 세금(국세수입 전망치+국세감면액) 중 감면액이 차지하는 비율인 국세감면율은 올해 15.3%를 기록하고 내년에는 15.9%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2020년 14.8%에서 2022년에 13.0%로 하락하더니 상승세로 반전, 3년 만에 2.9%p 올라설 전망이다.

대규모 국세 수입 감소로 올해와 내년 국세감면율 전망치는 예상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올해의 경우 30조원에 가까운 세수결손이 나면 국세감면율은 16%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이 여파가 내년 국세감면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세 수입 증가율에 비해 국세감면 증가율이 너무 높다.2020년 이후 2025년까지 5년간 국세 수입은 303조6000억원에서 412조2000억원으로 35.1% 증가하는 가운데 국세감면규모는 같은 기간에 52조9000억원에서 43.4%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늘어난 국세 감면은 = 빠르게 늘어난 국세감면 규모는 어떻게 분배되고 있을까.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내년 정부가 깎아줄 세금 중 개인에게 돌아갈 49조9000억원 중 중소득자와 저소득자 몫은 66.6%인 33조2000억원이다. 고소득자에겐 33.4%인 16조6000억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중·저소득자는 근로소득이 전체 근로자 평균임금의 200%(2025년 기준 8400만원)이하인 근로자와 농어민, 고령자,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말한다.

고소득층 감세 혜택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2020년 30.3%에서 5년 만에 3.1%p 높아졌다. 2020년에는 중·저소득자에게 23조9000억원, 고소득자에게 10조3959억원이 배분됐다. 5년간 중·저소득자 감면 규모는 9조3000억원 증가해 38.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고소득자에 대한 감면 규모는 6조3000억원 늘어 61.2%의 증가율을 보였다.

기업별로 보면 중소기업에게 돌아간 세제감면 혜택은 2020년 70.9%에서 하락세를 이어가며 2025년에는 68.5%로 예상됐다. 12조9000억원에서 18조8000억원으로 5조9000억원 증가했다. 증가율은 45.7%였다.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에 속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이 지원받는 세금감면 비중은 크게 늘었다. 전체 기업 세금감면액 중 중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3.7%에서 2025년에는 3.6%로 오히려 0.1%p 낮아졌지만 대기업 비중은 10.8%에서 2025년에는 17.9%로 뛰어 올랐다. 세금 감면 규모만 봐도 중견기업은 6000억원 수준에서 1조원에 가까운 수준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대기업 감면액은 1조9000억원에서 5년 만에 4조9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증가율이 157.9%에 달했다.

현 정부의 감세정책이 서민과 중산층에 혜택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참여연대-리서치뷰 여론조사결과와 일맥 상통하는 대목이다.

◆추세적으로 늘어나는 고소득자, 대기업 감세 혜택 비중 = 정부는 국세감면율이 급증하고 대기업에게 지원되는 감세 비중이 늘어난 것에 “작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 실적 부진으로 법인세가 ‘제로(0)’로 떨어져 투자세액 공제 혜택을 못 받았는데, 이 세액공제액이 내년으로 이월되면서 내년에 예상되는 공제액이 커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소득자 비중이 늘어난 것에 대해서는 “사회보험 가입률 상승 등으로 사회보험료 소득공제가 늘면서, 누진 구조상 고소득자의 감면 비중이 높아진다”고 했다. 하지만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감면 비중은 추세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부자감세’의 영향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과거 대규모 감세정책을 펼쳤던 이명박정부의 15.8%보다도 국세감면율이 더 높아졌다”며 “부자감세로 2년 연속 세수결손이 발생하고 대기업 중심 국세감면액을 크게 늘리면서 국세 감면 법정한도를 3년 연속 어기게 됐다”고 지적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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