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검사 탄핵과 제식구 감싸기
지난 8일 법무부를 대상으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성재 법무부장관은 “좀 더 엄격한 자료와 증거를 갖춰 탄핵이라는 부분을 판단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에서 이뤄지는 검사 탄핵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면서다. 박 장관은 “후배검사들이 자기 일을 온당하게 처리하지 못할까 두렵기도 하고 정치적 중립성이 고도로 유지되는 사건처리를 주저할까 두렵기도 하다”고도 했다.
국회가 지금까지 탄핵 대상에 올린 검사는 7명이다. 이 가운데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를 보복기소했다고 의심받는 안동완 검사는 ‘위법하지 않거나 중대하지 않다’는 이유로, 처남 마약수사 무마 등의 의혹이 제기된 이정섭 검사는 ‘사유가 규명되지 않아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다.
‘고발사주 의혹’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손준성 검사는 항소심 재판 중이어서 심리가 중지된 상태다. 강백신 김영철 박상용 엄희준 등 4명의 검사에 대해선 수사과정에서의 직권남용 등 혐의로 탄핵이 추진 중이다.
검찰 수장으로서 잇단 검사 탄핵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독립성을 해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건 당연하다. 좀 더 엄격하게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박 장관의 요구가 무리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상당수 국민은 박 장관 생각과는 다른 것 같다. 지난 7월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검사 탄핵에 대해 ‘이재명 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는 응답과 ‘부패검사·정치검사들에 대한 정당한 국회 권한 사용’이라는 응답이 각각 40%로 동일했다. 검사 탄핵을 우려하는 것 못지않게 검사 탄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검찰이 국민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 그동안 검찰은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검사의 각종 비리의혹이 제기돼도 철저한 수사나 감찰보다 사건을 덮거나 사표를 수리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모습을 반복해온 탓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법무부 국정감사가 열리던 날 대법원은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거액의 술접대를 받은 전·현직 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접대 받은 검사 중에는 이후 해당 사건 수사팀에 합류한 검사도 있었지만 검찰이 뇌물죄가 아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논란이 일었던 사건이다.
그 결과 술자리에 함께 있던 2명의 검사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고, 재판에 넘겨진 2명의 전·현직 검사는 술값이 100만원이 넘느냐를 두고 유무죄를 다투는 상황이 됐다. 이러니 ‘검찰이 자정능력이 없어 국회가 나서 탄핵을 추진하게 됐다’는 야당 주장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국회의 엄격하지 못한 검사 탄핵에 항변하기에 앞서 자신을 먼저 돌아봤으면 한다.
구본홍 기획특집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