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우려되는 금리정책 기조 변화

2024-10-11 13:00:03 게재

그동안 고금리 정책을 유지해 왔던 미국 통화당국이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정책기조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우선시하는 물가가 최근 2% 목표대에 돌입했고 내수부진이 심상치 않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2021년 8월 이후 지속되어온 긴축기조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 연준 금리인하로 한은의 긴축기조 완화 기대감 커져

그렇다면 고금리 기간을 벗어나 맞게 되는 금리인하기에 어떤 경제적 영향이 나타나게 될까? 가계부채 문제 우려 해소와 내수회복이 금리인하를 통해 달성될 수 있을까? 한은의 정책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면서 고강도 대출규제 정책이 추진돼 시장에서는 관망세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저금리로 기조전환이 실현될 경우 이러한 규제효과는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의 자금흐름이 부동산으로 쏠리고 있음을 고려할 때 금리인하로 기업들의 투자보다 가계의 부동산투자를 더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금리인하 기조로 전환하더라도 정부에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담보인정비율(LTV) 등 미시규제 강화를 통해 가계부채 건전성 관리를 수행하겠지만 이는 상환능력이 취약한 서민 대출자들만을 걸러낼 뿐 고소득 고자산자 중심의 부채 증가를 막지는 못한다. 종부세 인하 등 보유세 부담이 줄어들면서 이들의 똘똘한 한채에 대한 수요는 저금리를 통해 커지게 되고 부채를 통한 부동산 시장 과열이 재연될 우려가 크다.

더욱이 최근 소비자물가가 2% 안쪽에 들어오면서 안정화되는 모습이지만 그동안 오를 대로 오른 물가로 사람들의 실질소득이 낮아진 상태다. 더욱이 높아진 가계부채로 인해 원리금 상환 부담까지 녹록지 않은 상태라 사람들이 운용할 수 있는 여유자금도 쪼그라든 상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금리인하가 단행된다고 하더라도 상환부담이 일부 감소하겠지만 실질소득의 저하로 인해 소비가 늘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유럽과 중동에서 진행중인 두개의 전쟁과 라니냐의 영향으로 추운 겨울이 예상되면서 에너지 가격의 불안과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가계의 지갑이 쉽게 열리기 어렵다. 여기에 미국 대선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역시 금리인하로 인한 투자를 확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대할 수 있는 부문은 정부의 재정확대이지만 최근의 세수 부진으로 재정적자가 커진 상황에서 재정지출 여력과 의지도 있어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투자에 대한 과도한 기대 수익 낮추는 정책 필요

금융 불균형이 심화한 상황에서 금리인하 기조 변화로 이러한 불균형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으며 적절한 재정정책이 동반되지 않을 경우 내수진작의 효과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이와 같은 기조변화로 경제에는 승자와 패자가 나타날 수 있는데 정책금리 인하로 은행과 다주택자들은 또다시 높은 수익을 얻을 것이다. 반면 이자소득에 기대 살아가는 은퇴 저축자들은 소득하락을, 저소득 대출 실수요자들은 내집마련의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우리나라 가계 및 기업 부채 수준과 그 위험도를 고려할 때 여건이 다른 미국과의 금리 공조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고금리 시기 잠시 나타났던 가계부채의 디레버리징과 주택가격 안정기조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가능한 정책의 변화 시기를 늦추어야 하고 점진적으로 금리인하가 이루어져야 한다.

향후 금리인하로 부동산 시장의 과도한 자금쏠림이 나타나지 않도록 주식 등 대체되는 금융자산 마련과 시장발전이 긴요하다. 또 부동산투자에 대한 과도한 기대수익을 낮춰 주택을 다시 주거의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유경원

상명대 교수 경제금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