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이스라엘, 평화유지군에도 포탄
국제사회 일제히 규탄 목소리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도 공격
이스라엘의 폭주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팔레스타인 하마스에 이어 레바논의 헤즈볼라에 대해 무차별 공격을 퍼붓고 있는 이스라엘이 유엔군 기지까지 공격하면서 국제사회가 들끓고 있다.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헤즈볼라를 상대로 지상전을 펼치고 있는 이스라엘군 탱크가 10일(현지시간) 오전 레바논 남부 국경도시 나쿠라에 위치한 레바논 지역 유엔평화유지군(UNIFIL) 기지로 포를 발사했다. UNIFIL은 전차포가 기지 전망대에 명중하며 군인 2명이 다쳤고 감시 기능이 일부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스라엘군이 기지 주변을 사격해 차량과 통신시스템이 손상됐고, 감시카메라를 고의로 쏴 작동 불능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은 다친 군인이 인도네시아 국적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를 상대로 작전하던 중 해당 지역 유엔군에게 ‘보호 구역에 머물라’고 권고한 뒤 포를 쏜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니 다논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성명에서 “헤즈볼라의 공격으로 교전이 격화하면서 블루라인(유엔이 설정한 이스라엘-레바논 경계선) 주변 상황이 불안정하다”며 “UNIFIL이 위험을 피해 북쪽으로 5㎞ 이동하는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주에도 UNIFIL에 안전을 위해 자리를 옮길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지만 UNIFIL은 오히려 이스라엘군이 UNIFIL 기지 바로 근처로 이동해 오는 것에 반발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이날 안드레아 테넨티 UNIFIL 대변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우리를 이곳에 배치했으며, 우리는 작전을 수행할 수 없을 때까지 이곳에 머물 것”이라며 이스라엘군의 철수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유엔 평화유지군 업무를 관장하는 장-피에르 라크루아 유엔 사무차장도 안보리 회의에서 UNIFIL이 점점 더 위험에 처하고 있다면서도 계속 주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UNIFIL에 참여하는 각국은 이스라엘을 강력 비난했다.
구이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은 “UNIFIL 기지에 대한 이스라엘의 발포는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이번 발포에 대해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에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외무부 역시 “UNIFIL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규탄한다”며 “우리는 이스라엘 당국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외무부는 또 “평화유지군을 보호하는 건 모든 분쟁 당사자에게 부과된 의무”라며 “프랑스는 당사국들이 이런 의무를 존중하고 이들의 이동 자유를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스페인 외무부는 “국제법의 중대한 위반”이라며 “스페인 정부는 이스라엘의 화포가 나쿠라의 UNIFIL 기지를 때린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UNIFIL은 약 1만명 병력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맡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이날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중심부를 공습해 1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날 성명에서 “이스라엘 적들이 오늘 저녁 베이루트를 폭격해 22명이 숨지고 117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3일 레바논 각지를 융단폭격하는 이른바 ‘북쪽의 화살’ 작전 개시를 선언했고, 일주일 뒤인 30일에는 레바논 남부에서 18년 만에 지상작전에 돌입하는 등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공격은 남부 외곽 다히예 지역에 집중돼 이번처럼 베이루트 중심가 타격은 이례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이와 관련 AFP는 레바논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특정 간부를 노린 것이라고 전했고, 로이터 통신은 “헤즈볼라 고위급 와피크 사파가 이스라엘의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았다”고 보도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